먹을거리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먹을거리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 김흥주
  • 승인 2010.02.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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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은 무상급식 문제다. 먹을거리가 남아도는 요즘 시대에 갑자기 무슨 ‘무상’ 급식 문제인가? 미국 잉여농산물에 의존하던 60년대 무상급식을 떠올리는 많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근까지 이게 문제가 된다.

세상이 좋아 졌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많은 결식 인구가 배고픔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전체 국민의 10% 정도가 어떤 형태로든 결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대부분은 절대 빈곤을 겪고 있는 아동청소년과 노인들이다. 한 끼 식사를 때우기 위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이 위협받아도 기꺼이 참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결식률이 소득수준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하위 25%에 해당하는 저소득 계층에서 상위 25%에 해당하는 고소득 계층보다 아침과 점심, 저녁 모두 결식률이 높게 나타났다. 먹을거리 절대량의 충족에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먹을거리 질적 측면의 계층별 차이는 더욱 심각하다. 요즘에는 사실 밥상이라고 해서 다 같은 밥상이 아니다. 밥ㆍ국ㆍ김치ㆍ생선ㆍ육류 등 똑같은 식단으로 밥상을 차려도 비용은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식재료와 가공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 일간지 기획조사에 의하면 주로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열흘 치 밥을 먹는 데 9만 9천원이 들었고, 주로 유기농 식품점에서 장을 보는 중산층은 18만 600원이 들었다. 이들이 이 식단으로 한 달에 세 번 장을 본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두 집 식비는 각각 29만 7천원과 54만 1800원으로 24만 4800원 차이가 난다. 비정규직 가구는 신선도나 품질보다 ‘싼 가격’으로 식재료를 구입한 반면, 억대 연봉 가구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식재료 선택 기준이며 될 수 있으면 유기농, 무농약, 브랜드 음식을 고집할 수 있었다. 경제력의 차이가 먹을거리 적절성과 안전성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먹을거리를 통한 에너지나 영양섭취 수준도 계층별로 차이가 나타났다.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한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 미달하는 가구 비율이 소득수준 하위 25%에서는 21.4%인 반면에 상위 25%에서는 14.4%에 불과해 그 차이가 7.0%p에 이르렀다. 그만큼 소득수준별로 먹을거리 섭취에 따른 영양수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결식률과 영양섭취의 계층별 차이는 건강불평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건강불평등 실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강북구는 가장 부유한 강남구에 비해 1년에 378명이 초과 사망한다. 소득수준 하위 20%의 사망률은 상위 20%의 2.3배에 달한다. 육체노동자는 비육체노동자에 비해 3.5배 높고,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3배나 높다.

이러한 건강불평등의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의 불공정성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라고 일찍 사망하는 건 사회정의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건강불평등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먹을거리 섭취의 차이다. 양적으로 풍족하게, 질적으로 적절하게 먹을 수 있는 가 여부가 건강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심각해지는 먹을거리 양극화는 자연스럽게 건강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먹을거리 복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적 수단이다. 그래서 복지선진국의 먹을거리 정책은 “적어도 먹는 문제만큼은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보편주의 복지체제를 강조한다. 먹을거리 양극화로 국민건강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건강이 악화된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들어가는 복지비용이 훨씬 더 들어간다는 인식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어떠한가? 아쉽게도 먹을거리 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정책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밥상은 개인(가구) 책임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논란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먹는’ 문제만큼은 계층에 따른 차이보다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아동ㆍ청소년과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먹을거리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적정 수준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게 국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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