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65주기 韓日행사에 부쳐
윤동주 65주기 韓日행사에 부쳐
  • 김기만
  • 승인 2010.02.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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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로 시작해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로 끝나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 는 우리 국민의 애송시 순위 1,2위를 다투는 절창(絶唱)이다. 뜻밖의 일이지만 이 시는 일본에서도 암송시로서 매우 인기가 높다고 한다.

너무도 애절하게 28년의 짧은 삶을 누렸을 뿐인 윤 시인의 생애는 중국 한국 일본 3국에 걸쳐있다.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은 연희전문(문과)을 다녔으며 그 뒤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에서 수학했기 때문이다. 그는 독립운동혐의로 일경에 체포되었다가 해방을 불과 여섯 달 앞둔 1945년 2월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의문의 병사로 생을 마감했다.

윤 시인 얘기를 꺼낸 것은 2월 16일이 그의 65주기 기일인데다 우리 지역이 관련되는 행사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교토(京都)의 교토조형예술대학 도쿠야마 소쵸쿠 현 이사장(88)은 윤동주 시인의 5년 후배로 평소 윤 시인을 매우 존경하는 분이다. 그는 지난 해 교토조형예술대학의 캠퍼스 확장공사를 벌이던 중 새 캠퍼스 부지 한 켠이 그 옛날 윤 시인의 도시샤대학 재학시절 하숙집이었던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작은 규모나마 윤동주 시인 기념공원을 그 곳에 꾸미고 시비(詩碑)를 세워 정성껏 관리해왔다.

도쿠야마 이사장은 마침 자신의 학교와 교류협력관계 있는 전주기전대학에 윤 시인 65주기를 맞아 뭔가 뜻있는 행사를 해보자고 제의했다. 우연의 극치인가, 아니면 좋은 일에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손길의 도움이 따르는 법인가. 기전대학의 개방이사 중 한 사람이 ‘트윈폴리오‘의 히트곡 ’하얀 손수건‘으로 유명한 가수 윤형주 씨인데 그는 바로 윤동주 시인의 6촌 동생이다. 이렇게 해서 2월 16일 윤 시인 65주기를 소중하게 기리기 위한 음악회가 기획되었고, 윤형주콘서트를 비롯한 음악회가 교토조형예술대학 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두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윤 시인을 좋아하는 한일 양국 모임 관계자들, 그리고 현지 교토와 오사카 인근의 우리 교민과 일본인들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19세에 동시로 등단해 28세에 식민지 청년시인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시작(詩作)활동 기간은 단 9년이었지만 6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윤 시인. 그의 사후인 1946년 간행된 유일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는 일제 강점기 지식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과 이를 극복하려는 탐색의 모습이 섬세하고 투명한 서정으로 엮어져 있다. 엄격한 자아성찰을 민족의 운명이라는 지평위에 올려놓고 이를 사회적 민족적 차원으로 확대시킨 대표적인 식민지 청년시인의 치열한 고뇌와 의지가 담긴 시는 그래서 시대를 관통하며 독자들을 울린다.

그의 시가 주는 감동, 한겨울을 깨끗한 향기와 절개로 견뎌낸 한 송이 매화같은 그의 삶을 생각하면 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사랑과 그리움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 그의 시 낭송모임이 여러 개 있고 또 도쿠야마 이사장처럼 윤 시인을 사랑하고 극진히 대하려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럴진대 우리도 그들의 정성을 흔쾌하게, 고맙게 받아들여야 마땅하다고 본다. 민간차원의 양국 우호증진에도 그만이다. 한일 양국간 여러 갈등요소를 떠올려 소심하게 대할 이유가 없다.

우리 지역의 기전대학과 일본 교토조형예술대학이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하는 만큼 문인협회나 시인협회 전북 지부에서 대표자를 보내면 어떨까? 또 문화예술의 본향답게 도 당국에서도 이번 행사를 다소라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는 없을까?
 

<김기만 언론인, 새만금코리아 언론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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