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대담> 김삼룡 前애향운동본부 총재
<원로대담> 김삼룡 前애향운동본부 총재
  • 익산=소인섭
  • 승인 2010.02.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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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던 최근 어느 날 오후 김삼룡 전 애향운동본부 총재는 콤비차림에 목도리만 두른 채 찻집에 모습을 드러냈다. “춥지 않으세요?” “괜찮아요, 가까운 덴 데. 시내 나갈 땐 코트를 입죠.” 미수(米壽)를 앞둔 86세의 노신사는 건강에 걱정이 없어 보였다. 찬찬한 발걸음에서 과거의 카리스마를 찾아내긴 어려웠지만 여전히 정신과 육체에 혼을 불어 넣고 주위를 훈훈히 하는 일에 왕성하다. ‘교수·총장·총재·이사장·위원장’ 등 그를 수식하는 말이 많은 김 전 총재의 올해 바람은 무엇이고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함의하는 것은 뭘까.





#1 건강

단맛의 대추차엔 액체 설탕 한 종지가 따라나왔다. 그는 놀랍게도 “설탕 좀 더 주세요”란다. “위가 작아 소식하는 대신 부족한 에너지를 당분으로 보충하죠. 디저트로 맹물에 설탕을 타서 마시고 우유·두유·차에도 어김없이 설탕이 가미되죠” 체질에 따른 섭생을 실천하고 있음이고 ‘욕심부리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그는 좋아하는 골프도 18홀을 돌며 100타면 족하다고 하니.

이날 오후 3시 그의 만보기는 ‘5,234’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루 얼마나 걸으세요?” “1만 보를 채우죠. 아침식사 전까지 1천 보, 식후 2천 보, 점심 후 2천 보, 저녁식사 전·후 약 5천 보를 걷습니다.”

그의 건강철학은 분명하다. 소식과 걷기, 명상, 긍정적 사고로 대변된다. “정신이 건강하면 육신도 따라서 건강해지죠. 긍정적으로 살면 변화에 쇼킹하지 않아요. 나이 먹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면 건강해요. 자작자업(自作自業)은 자신이 감당하면 돼요.”



#2 문화

지난 73년 마한백제문화연구소를 만들어 초대 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백제문화유산지킴이 위원장을 맡아 선도하고 있다. 그에게 백제문화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일생 미륵사를 조사·발굴하고 왕도 익산천도를 규명하는 일에 매달렸다. 부여 고분구조와 같은 익산 팔봉쌍릉은 무왕의 익산 실재를 의미한다. 왕궁터 원형대로 보존돼 있는 것은 익산왕궁터밖에 없어 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의 땀이 묻은 익산역사유적지구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최종 통과되면서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영문으로 정식 게재됐다.

“황룡사보다 가람 규모가 큰 1400년 숨결을 간직한 미륵사가 복원된다면 세계 최대의 규모로서 동남아 관광객을 흡인하고 학문·신앙·고고학계의 관심을 촉발시킬 것입니다.”



#3 당부

전북애향운동본부와도 인연이 크다. 지난 1977년 오피니언 리더와 함께 발족한 애향본부 총재를 15년간 맡았다. 전북을 ‘개땅쇠’라 헐뜯는 일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민을 결집하고 애향을 도민 가슴에 새긴 세월이었다. 주저앉을 뻔한 새만금사업을 도민들과 함께 지속시켰다. 이리역폭발사고때 보여 준 도민들의 힘도 잊을 수 없다. 세계적 새만금은 그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올해는 백호 해인데, 원전수주와 G 20 개최 등 대한민국이 솟아오르고 있어요. 새만금 사업이 성공 가도를 가고 식품클러스터는 세계 식품시장을 점유하게 될 거에요. 클러스터는 인도 12억과 중국 13억 인구를 상대할 수 있게 돼 네덜란드는 비할 바가 아니죠. 새만금에 인접한 선유도는 세계적 부호들이 들어 와 살게 될 땅인데, 세계 유일의 환경도시로 만들어야 합니다. 용맹과 예지를 가진 백호처럼 솟아오르기 위해 도민은 희망과 기대를 가져야만 합니다.”

아이티 참사는 자연이 인류에게 주는 경고와 같고 자원을 너무 함부로 한 까닭이라고 분명히 했다. 아이티에 인류애를 심어야 하고 우리 이웃으로 생각해 좀더 적극적으로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4 희망

곧 ‘생불님의 함박웃음’이란 저서가 출간된다. 김 총재가 1938년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대종사를 처음 만나면서 들고 간 전병(당시 최고의 과자)을 건네면서 “생불님 입맛이나 다시라고요”하자 크게 웃으셨다고 한다. 그것이 큰 인연이었을까, 책 제목이 됐다. 생불로부터 들었던 법문, 뵙고 느끼고 가르침을 받았던 90편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또 언젠가는 회고록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고도 했다.

익산사랑장학재단은 인재양성의 요람으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크다. 지난해부터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 재단 활성화를 위해 식품클러스터와 산업단지에 기업이 들어 서고 활력이 넘치면 모금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익산을 사랑하고 국가발전을 위할 인재가 넘치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큰 직책이 없으니 힘을 고루 분배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5 가족

부인 김분임(82)씨와 해로하고 있다. 비록 김 원로가 원불교원로수도원(원장)서 ‘독신’으로 있지만 부부로 건재한다. 큰딸과 둘째딸이 중앙대와 원광대 교수이고 둘째 아들이 한방병원장으로 있는 등 3남2녀가 교편을 잡거나 사업을 하며 서로에 버팀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손자손녀가 15명이다.



#6 김삼룡 전 총재는

1925년 정읍에서 나 38년 원불고 교조 소태산대종사 문하에 출가해 교무가 됐다. 법명은 정용(正勇). 이후 원광대 교수를 거쳐 총장을 지냈다.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초대소장과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한국원불교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익산사랑장학재단 이사장, 백제문화유산지킴이 위원장이다. 전라북도 어른상·국민훈장 무궁화장 등의 서훈이 있다. ‘한국미륵신앙의 연구’ ‘원불교(공저)’ ‘창조의 여백’ 등 저서와 논문이 많다.



#7 다시 건강(미니박스)

김 전 총재는 성성하고도 적적해 보였다. ‘나이 덕을 입을’ 나이이지만 그것은 숫자였다. 적당한 운동과 긍정적 사고,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명상(禪)이다. 명상은 마음을 비워 한마음으로 만드는 일심(一心) 수련이다. 그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두 시간씩 하는 명상법을 소개한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제1목표인 명상법은 매일 두 시간씩 하는 것 말고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우선 정좌하고 허리를 펴야 한다. 그래야 단전에 힘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숨을 들이쉬면 아랫배가 불룩 나오면서 기운이 채워진다. 들이 쉰 숨을 잠시 참는다. 참는 시간은 내키는 대로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를 반복할 따름이다. 다만 입을 다문 채 그것에만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수사려(憂愁思慮) 다 버리고 번민과 망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한 참 만에 침이 고인다. 감로수라 부르는 침을 마시면 된다. 이 수련은 담력을 키운다고도 한다.

익산=소인섭기자 isso@충격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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