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 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의료비 연말정산, 왜 3%초과분인가
<장세진 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의료비 연말정산, 왜 3%초과분인가
  • 김은희
  • 승인 2010.01.27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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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연말정산의 계절이다. 나 역시 엊그제 학교에 관련서류를 냈다. 전반적으로 나라의 경제가 어려운 데다가 서민들 살림살이라는게 워낙 빠듯한 터라 절세하려는 봉급생활자들의 마음은 아마 한결같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가족의 의료비 영수증을 챙겨보니 과세급여 3%를 겨우 초과하는 정도였다. 네이스에 입력해보니 A4 3장 분량의 내역인데도 공제금액은 고작 22만여원이었다. 실제 혜택은 기천 원에 불과하다. 나도 모르게 울화가 치밀었다.

더욱 가관은 과세급여의 3%가 안되는 의료비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 연말정산 안내에도 200만 원 이상만 네이스에 올리라고 되어 있다.요컨대 200만원 미만은 그냥 ‘버려지는’ 돈이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 국민더러 많이많이 아프라고 재촉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가족들이 자주 아파 의료비 부담이 큰 때가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일률적으로 3%초과분부터 공제대상이라면 말이 안된다. 쓸모없게 되는 의료비 영수증이 아까워서라도 더 채우려는 유혹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을 법하다.

과거의 연말정산 부당공제 사례중 대표적인게 의료비 부풀리기였기에 하는 말이다. 그 ‘악습’이 지금도 남아 있는지 모르지만, 급여의 3% 초과분부터라는 단서조항으로 서민들을 욱 죄려는 것이라면 너무 시대착오적이다.

2004년부터 보건복지부 양식의 영수증만을 공제대상으로 인정하면서 의료비 부풀리기 부당공제는 거의 사라진 듯 보인다. 이를테면 의료비 부분에서만큼은 연말정산의 선진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3%초과분도 없애야 맞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3%초과분인지, 또 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단적으로 똑같이 아파서 지급한 의료비인데 적은 액수는 아예 공제대상이 안된다니, 누가 그걸 납득할 수 있겠는가?

급여에 상관없이 일률적인 3%초과도 문제다. 예컨대 4천만 원과 6천만 원 급여는 각각 120만원과 180만원 이상부터 공제대상이다. 200만원을 똑같이 의료비로 썼는데도 한 사람은 다른 이의 4배나 되는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6천만원을 버는 사람은 그만큼 많이 버니까 공제혜택을 줄여도 좋다는 계산인지 모르지만, 그것은 모르는 소리이다. 6천만원 급여자라면 자녀 교육비 등 가족부양으로 그만큼 생활비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가장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무슨 계산이 그리도 복잡한지 개선이 시급하다. 가령 의료비의 경우국세청이 제공하는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출력물을 내면 되지 네이스에 일일이 입력까지 해야 한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고도 고작 기천 원 절세라면 근로자 우롱이 분명하다.

한 가지 더 분통터지는 것이 있다. 나의 경우 장모가 3년째 입원생활중이라 4남매가 병원비와 간병비 등을 분담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내가 장모 병원비로 쓴 돈은 한 달 100만 원씩 1천200만원에 이른다. 그런데 병원비는 큰처남만 공제받을 수 있다. 간병비는 아예 공제대상도 아니다.

그러니까 4인 우리 가족이 쓴 200여 만원과 장모 병원비 1천200만원 등 모두 1천400만원을 의료비로 쓴 것이다. 그런데도 연말정산 공제액수는 고작 20여 만원이고, 실제 혜택은 기천 원에 불과하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제대로 된 나라의 제도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에 제안한다. 추후 의료비 연말정산에서 3%초과분을 폐지하여 적은 액수라도 쓴 만큼 공제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간병비도 소득공제에 포함시켜 자식들이 와병중인 부모님을 모시는데 국가가 조금이나마 도와줬으면 한다. 불합리한 제도를 고쳐 쓴 만큼 돌려주는 것이 진정한 서민정책이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급여별로 프로테지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일괄적인 3%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툭하면 ‘친서민정책’ 어쩌고 하는데, 아파서 쓴 의료비를 많은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돌려 주는 것이 참다운 복지국가 실현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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