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에 대한 단상
<공부의 신>에 대한 단상
  • 장병수
  • 승인 2010.01.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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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밤 10시대에 첫 방영 하는 월화 드라마를 잔득 기대하고 있었다. 제목을 물어보니 KBS 드라마 <공부의 신>이라고 했다. 딸아이는 드라마의 내용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하이틴 스타가 출연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딸아이의 관심과는 달리 나는 ‘공부의 신’이라는 제목에 호기심이 끌렸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던 나는 그 드리마를 기다리게 되었으며, 아이들과 유익한 토론의 도구로 이용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시청하고 있다.

한국에서 교육 문제에 대해서만은 전 국민이 모두 전문가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한국 교육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각자의 시각에 따라서 다양하게 표출될 수 밖에 없다. 21세기 첨단 기술 덕분에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생산자 중심의 아날로그식 일방적 수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보여주는 특별반 수업 장면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시험에는 무조건 반복적인 주입식 수업만이 특효약인 것 같다. 오로지 시험을 위한 수업, 대학교 진학을 위한 학교로 전락한 듯한 한국의 교육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며, 모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외치는 ‘1등만 알아주는 세상’이란 구호가 학교 현장에서도 통하고 있다는 게 더욱 더 가슴 아픈 일이다.

드라마 <공부의 신>은 ‘주입식 교육’을 바탕으로 일류지상주의를 추구하는 ‘명문 대학 진학’이라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 충실하게 근거를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에 따라서는 드라마가 ‘1등 지상주의’와 ‘엘리트주의’를 조장한다고 말할 수 도 있다. 물론 인정한다. 그렇지만 드라마 <공부의 신>은 위에서 언급한 내용 보다는 학생과 교사가 학교 교육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할 수 있는 참도구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첫째, 학생들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드라마에 등장하는 병문고 학생들은 속칭 ‘찌질이’라 불리는 변두리 인물에 불과하다. 그들은 평소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없으며, 패배의식에 사로 잡혀 있는 자포자기형 인생을 산다. 실제로 드라마의 병문고가 우리나라 학교 현장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겠지만, 많은 학교가 상위권 학생을 위한 학교라는 인식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비록 드라마가 명문지상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제일망정 우리 학교 교실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둘째, 많은 학부형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학의 신’ 차기봉(변희봉) 선생이나, 춤과 노래를 응용한 앤써니 양(이병준) 같은 영어 선생을 기대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올바른 인격 형성과 자아실현을 위한 멘토가 되어 주길 더 바랄 것이다. 물론 입시지옥에 살고 있는 현실에서 이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을 극복할 수 없는 장애요인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선생님들께서는 내·외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아이들과 학습 동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셋째, 맞춤형 질의응답으로 쌍방향 소통하며 자기주도적 학습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할 것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은 학생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 예로 수업 당일이 5일이면 무조건 5번, 15번, 25번 혹은 한 줄을 택해서 무작정 질문을 던졌다. 참으로 고약한 질의응답 방법이었다. 드라마 <공부의 신>의 수학 시간 장면 중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서 발표를 한다. 일방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푸는 수동적인 학생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생산자적인 입장으로 변한 학생들의 밝은 표정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수업은 지식전달이라는 목적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잘 하는 학생과 부족한 학생 어디를 만족시킬 것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양쪽 모두의 기대치를 끌어 올려 줄 수 있느냐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맞춤형 질의응답이야말로 상호신뢰와 교감을 통한 살아있는 교실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본다.

드라마 <공부의 신>이 방영되는 동안 학교 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 표출과 논쟁의 불씨는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이다. 드라마에 드러난 현상에 집착하여 ‘공부’라는 단어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아무쪼록 드라마 <공부의 신>이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 및 교육 당국이 각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통찰하며 생명력이 넘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한 유익한 토론의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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