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승철 전북도의원> 2010년, 과잉(過剩)을 경계하자
<배승철 전북도의원> 2010년, 과잉(過剩)을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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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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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인년(庚寅年) 새해가 밝은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벌써 1월말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의 흐름을 마치 ‘거인의 걸음걸이’ 같다고 비유한 서양 속담이 문득 떠오른다.

올해는 60년만에 돌아온 백호(白虎)의 해여서 사람들은 ‘황금돼지’ 못지않게 좋다고들 하지만 일부 역술가들은 10년 마다 돌아오는 경(庚)의 해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비극적인 사건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10년 경술년 한일강제병합, 1950년 경인년 한국전쟁, 1960년 경자년 이승만 대통령 하야, 그리고 1980년 경신년 광주민주화운동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일어난 것을 보면 꾀 설득력 있는 말로 다가온다. 그러나 언론에 등장하는 역술인들의 국운예측에 관한 말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세종시 문제는 연초부터 정국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정부는 세종시를 행정복합중심도시에서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변경하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수정안의 내용을 보면, 입주하는 기업에게 원형지 기준 3.3㎡당 36~40만원으로 땅을 공급하고 세제와 재정부문 혜택에 있어서도 기업도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국가가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주민을 설득하여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팔게 해 놓고 이제 와서 대기업에게 헐값으로 땅을 내주겠다는 것이다.

세종 행복도시는 현정부가 애써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경제적인 ‘효율성’만을 목적으로 하여 추진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인적 물적 자본을 전 국토에 골고루 분배하여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고 수도권 집중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 나가자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었다.

정부가 이번에 밀어붙이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은 내용면에서 뿐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다분한 ‘권력행사 과잉’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모든 정치는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있다”는 ‘안거낙업(安居樂業)’ 정신으로 돌아가 세종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세종시 수정안 때문에 잠시 논쟁이 묻힌 4대강사업도 국민적 합의를 얻어 추진해야 한다.

국가 권력의 과잉뿐만 아니라 지자체를 비롯한 각종 공기업의 ‘행정력 과잉’도 심각한 문제다.

최근 많은 지자체가 공공디자인이나 도시디자인 차원에서 벽화 그리기, 조명 교체, 도심 물길 만들기 등과 같은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업의 경우에는 몇 십 미터에 걸쳐 벽화를 그리거나 도시 분위기를 깨는 조명을 설치하여 오히려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지나치게 수가 많고 도로환경에 맞지 않게 설치된 각종 교통안전 시설 역시 과잉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대기업들의 ‘유통·마케팅 과잉’ 또한 절제가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대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은 대형마트, 기업형수퍼마켓(SSM), 편의점 등을 끊임없이 확장시켜 서민들의 생계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 들어와 하나의 미덕처럼 여겨지고 있는 우리들의 ‘소비과잉’도 반성할 일이다. 지난 날 우리가 IMF 구제금융으로 겪었던 ‘6.25 이후 최대의 국난’이나 서브프라임모기지 때문에 발생한 미국의 금융대란도 결국 분에 넘치는 소비 때문에 발생한 일 아닌가. 지나친 소비는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나라마저도 집어 삼키는 괴물이다.

2010년은 백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 모두는 닥쳐올 도전에 용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용기 있는 도전도 중요하지만 절제의 미학을 깨치고 실천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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