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익산 식품산업의 위기
세종시와 익산 식품산업의 위기
  • 김연근
  • 승인 2010.01.18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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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정부가 세종시 건설사업의 원안을 완전히 뒤집고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갈아입혔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도권 중심주의자였던 이명박대통령의 철학아닌 철학과 고집이 빚어낸 결과다. 본인은 이 결정이 결과적으로는 비극이자 희극으로 끝날 것이라고 본다.

지방에게는 깊은 좌절감을 주고, 다시 지방끼리의 무한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왔다. 세종시의 결정과정에서 떨어질지도 모르는 떡고물을 놓고 이미 치열한 눈치경쟁과 정권을 향한 줄서기가 시작되었다. 정부기관을 뺏기지 않아도 된다는 만족감을 즐기고 있는 서울은 그 답답함과 비효율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이 점이 비극의 시작이다.

그러면 기업은 어쩔 것인가.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세종시 입주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그 기업들이 정말로 들어올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미 우리는 기업들의 MOU(양해각서)에 대해 질릴만큼 질렸다. 그래서 지금 기업들이 앞다퉈 밝히는 찬란한 약속들과 그 약속의 미래와 그 약속 뒤에 숨겨져 있을 더 많은 약속들은 희극의 시작이다.

좋다. 백보천보를 양보해서 이번 세종시 결정이 구국의 결단이라고 하자. 이제 대한민국은 기업천국이 되었다. 이제 제대로 세금을 내면서 기업하는 사람들은 거의 바보수준이 되었다. 온갖 특혜와 보장으로 기업들은 거의 법 밖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기업이 안내는 세금을 이제 누가 내야 하는가. 기업이 내지 않는 세금은 아마도 고스란히 우리같은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또 백보천보를 양보해서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었으니 입다물기로 하자. 그러면 이제 나머지 지방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무엇보다 내가 사는 도시의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가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되었다. CJ와 롯데와 같은 대기업들의 식품산업클러스터가 세종시로 가기로 이미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내가 그들 기업이라도 익산이 아니라 세종시를 택할 것이다. 그러면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는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국가의 정책을 다루는 정부는 신뢰가 우선이다. 정부도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니만큼 실수도 할 수 있지만, 정부는 목표를 유지하고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하는 일이 다소 못 미더워도 국민들은 정부를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익산을 국가식품클러스터로 지정해놓고 세종시로 기업을 빼가는 정부는 도대체 무엇인가. CJ와 롯데는 한국 식품기업의 대표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을 빼고 식품산업을 논의할 수는 없다. 불과 1-2년의 단기간에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는 익산의 희망이자 꿈이 되었다. 그동안 공개된 몇 차례 여론조사에서 식품산업은 익산 최고의 미래비전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익산식품클러스터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도 전에 정부가 익산으로 와야할 핵심기업들을 세종시로 밀어넣은 것이다. 만약에 알고도 그랬다면 정부는 신의를 잃은 것이고, 모르고 그랬다면 무신경과 무관심의 극치다.

그러나 그렇다고 주저앉아 울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금이라도 익산시와 전라북도는 CJ와 롯데를 찾아가서 더 큰 설득의 노력과 감동을 보여줘야 한다. 설사 그들이 오지 않더라도 제2, 제3의 CJ가 나와서는 절대 안된다.

지금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식품산업의 활동도 이제 논의만 계속할 것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현장에 뛰어들어 기업을 유치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끼리 앉아서 익산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기업을 찾아가서 성의를 보이고 조건을 제시하고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만들어내야 한다.

익산 식품클러스터는 이미 모진 경쟁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경쟁의 전선에서 정부도 전라북도도 크게 믿을 바가 못된다는 것이 쓰라리게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밥그릇은 우리가 스스로 챙기는 절실함과 투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는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김연근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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