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자율보충 학습 이대로 능사(? )
<기자의 시각> 자율보충 학습 이대로 능사(? )
  • 정준모
  • 승인 2010.01.15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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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지난해 수능시험을 치렀던 자녀를 둔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안부인사를 주고 받기가 무섭게 자신의 자녀에 대한 신상부터 털어놨다.

수능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재수를 결심하고 서울 소재 유명 기숙학원에 보냈다는 것이다.

전교에서 1, 2등을 다투는 수재로 알고 있는 터여서 놀라움과 함께 호기심(?)이 작동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내게 그는 수능이 끝나고 자녀와 대화를 나눠보니 이미 예견된 결과에 불과했을 뿐 결코 새삼스런 일이 아니었다는 자조 섞인 말로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친구 자녀 얘기인즉 신학기가 시작되고 여름방학 직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실시하는 심야 자율학습 때 열심히 공부하면 목표로 했던 대학 진학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기대는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소리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말이 자율학습이지 동병상련(?) 처지로 한층 친숙해진 학생들은 신변잡담을 주고 받는 등 면학 분위기는 학기 초반과 달리 긴장도가 눈에 띄게 느슨해졌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버젓이 책상에 엎드리거나 바닥에 누워 잠을 잘 정도였다.

외눈박이 세상에 가면 두 눈 가진 사람이 장애인이 되는 것처럼 이쯤 되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되레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을 받는 말 그대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꼴이 됐다.

설상가상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대다수 학부모들은 어쨌든 자녀가 학교에만 있으면 공부가 되겠지라는 착시에 빠지게 된다.

즉 이런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우수한 학생들을 하향평준화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

방학을 맞아 작금의 군산지역 고교들은 서로 경쟁하듯 보충 및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한 학교 측의 열정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이왕지사 시행할 바에 획일적인 시행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성향에 맞춘 탄력적인 운영과 무엇보다도 자율학습 시간 때 철저한 지도와 관리로 면학분위기 제고에 힘썼으면 한다.

다른 학교도 하니까 우리 학교도 해야한다는 흉내내기를 경계한다는 것이다.

군산= 정준모기자 j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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