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흐의 추측
골드바흐의 추측
  • 이지현
  • 승인 2010.01.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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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국의 한 출판사는 백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건 문제를 공모했다. 그 내용은 너무나도 단순한 문제로서 1742년에 러시아의 수학자 골드바흐가 제안한 “2보다 큰 모든 짝수들은 홀수인 두 소수들의 합이다.” 라는 문제를 2년 안에 증명하는 수학자에게 백만 달러를 준다고 하면서 소설책 “골드바흐의 추측”을 발간해 세기적 주목을 끌고 있다.

어려운 수학 문제에 현상금이 걸린 역사는 역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손꼽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리는 350년 된 문제로 많은 수학자들이 도전하였지만, 쉽게 정복되지 않았던 문제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앤드루 와일즈(Andrew Wiles)교수는 1997년 6월 27일 볼프스켈 상의 주역이 되어 5만 달러를 받았다. 볼프스켈 상이란 1908년 페르마의 정리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한 독일 수학자인 볼프스켈이 자신의 재산 대부분인 10만 마르크를 상금으로 내놓고 향후100년 내인 2007년 9월13일까지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한 사람에게 수여한다는 내용의 상이었다. 상금을 내걸 때의 10만 마르크는 현재가치로 약 20억 원이 되었지만, 상이 제정된 1897년 이후 두 번의 세계대전에 따른 환율개편으로 인하여 문제를 해결한 1997년의 미화 대 독일마르크화의 환산율에 의해 5만 달러만 지급되었다 하니 와일즈 교수는 상금액수에 대해 조금 섭섭해 했을지도 모르겠다.

러시아의 수학자 골드바흐는 정수론의 발전에 공헌한 학자이다. 그는 1725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제국 아카데미에서 수학과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던 중, 황제의 가정교사로 차출되어 모스크바로 갔고, 1742년부터는 러시아 외무부에서 일했다. 1742년 스위스의 수학자인 오일러에게 뒷날 자신의 이름이 붙게 될 추측을 처음으로 편지를 통하여 질문을 보냈다.

수학자 골드바흐가 1742년 동료 오일러에게 적어 보낸 골드바흐의 추측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그야말로 추측이다. 이 추측은 1995년에야 비밀을 벗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더불어 수학사상 가장 증명하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로 꼽혀왔다. 골드바흐는 짝수는 소수 두 개의 합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4=2+2, 6=3+3, 8=3+5, 10=3+7, 12=5+7, 14=7+7, 16=13+3, ... , 50=19+31... 등과 같은 합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당시 스위스 최고의 수학자 오일러에게 편지를 보내 이것이 모든 짝수에서도 성립하는 일반적인 성질인지 물어 보았다. 오일러는 골드바흐가 말한 명제를 두 개의 추측으로 나누어 정리하였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5보다 큰 모든 홀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골드바흐의 추측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첫 번째 명제이다. 그리고 두 번째 명제는 골드바흐의 추측이 옳다고 확신했으나 안타깝게도 증명하는 데는 실패했다. 두 번째 명제는 1937년 러시아의 위대한 정수론자 이반 비노그라도프가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첫 번째 명제에 대한 증명에 있어서 가장 최근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긴 사람은 중국의 수학자 첸 징런으로, 그는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하나의 소수와 두개의 인수를 갖는 합성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증명했다.

1998년에 슈퍼컴퓨터로 400조까지는 이 추측이 참이라는 것이 증명되었고, 어느 누구도 골드바흐의 추측과 맞지 않은 짝수를 찾아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골드바흐의 추측이 완벽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다. 수학에는 아무리 예제가 많은 명제일지라도 증명할 수 없으면 참된 명제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겉보기와는 달리 소수의 문제가 수의 구조와 깊이 관련을 갖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 때문에 앞으로도 우수한 수학자들은 그들의 관심을 끊임없이 골드바흐의 추측에 집중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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