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낙오자가 되자
자발적인 낙오자가 되자
  • 홍요셉
  • 승인 2010.01.13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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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이 시작됐다. 사실 새해라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과거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 본다는 점에서 ‘새해’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대학 수시모집 기간 동안, 전남대학교 철학과는 신선한 전형방식을 도입하는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었다. 그것은 기존의 검정고시 출신자 특별전형 1명에 더해 3명을 대안학교 졸업생들 가운데서 선발하는 것이었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유난히 어려운 학문이기 때문에 유능한 학생들을 모집해야 된다는 게 전남대 철학과 교수들의 생각. 그야 어느 학문의 교수인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느냐 만은 방식이 철학과 다웠다. ??유능한 인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교수들이 답한 건 ‘자발성’이었다.

학교 공부가 너무 싫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는 검정고시 출신 학생이나, 자유로운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개인과 공동체의 갈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시골 대안학교 출신 학생들은 기꺼이 사회 주류에서 낙오자이기를 선택했다. 전남대 철학과 교수들은 짧게는 고교 3년, 길게는 초등학교부터 12년이라는 시간을 하라는 공부만 하는 타율성에 길들여진 수능성적 우등생에 비하면, 어린 나이에 개인의 적성과 능력과 아무런 관계없는 교육제도에 저항하고 삶의 모순에 물음을 던질 줄 알았던 그 자발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던 것이다.

무능의 본질은 타율성에서, 참된 재능은 자신 스스로에 대한 불꽃같은 열정의 자발성에서 나옴을 보여 준 전남대 철학과의 발걸음은 인재유출로 인해 지역경제 후퇴라는 고민을 가지고 있는 우리지역에 시사하는 점이 참 많은 거 같다. 인재 확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요 동력인 중에 하나임이 분명하다면, 천편일률적인 타율적 인재들이 아닌 주체성을 지니고 고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육성 방식을 지자체, 교육기관, 시민단체 모두 힘을 모아 만들어 보자.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시스템으로부터 낙오자가 되어보자.

필자 개인적으로 경인년에 전북지역의 자발성이 두드러졌으면 하는 또 한 가지는 바로 지방선거다.

예전에도 몇 번 언급했듯이 현행의 선거제도는 민주정치의 핵심절차임에 분명하지만 여러모로 문제가 있는 제도임도 틀림없다. ??전략공천??이라는 말이 횡행할 만큼 지역민심과 상관없이 정당과 관건의 개입이 쉽게 이뤄지고 선거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지나칠 정도로 많은 선거 자금이 투입된다. 무엇보다도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함에 있어서 비이성적이라는 점인데, 후보자들이 유세기간 동안 공약에 대한 격렬한 토론과 합의가 아닌 고향을 운운하면서 유권자들의 민심에 다가가려는 것도 그래서다.

더 이상은 출신도, 학벌도, 재력 같은 것은 약발 먹히지 않음을 증명하자. 누가 어떤 전북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 지 꼼꼼히 따져보며 선거에 참여하는 자발성을 발휘하자. 후보자들도 자발적인 소신을 가진 낙오자가 되기를 꺼려하지 마시라. 한 표가 아쉬운 건 알겠지만 민심에 기대기 위해 허황된 공약을 만들거나 지나칠 정도로 우리 지역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정치인이 되려 하지 마시라.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전북지역은 타율적 낙오자 입장이었던 것 같다. 지역경제가 후퇴해 기업유치가 잘 안되고 일자리가 부족해 유능한 젊은 인력들은 지역을 빠져나갔다. 농촌지역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농촌 활성화 하는 데 소홀했고 외면했다. ??전북다움??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자발성이 부족했고 타율적인 지역개발에 주력했던 탓이다. 경인년은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전북지역이 전북지역다울 수 있는 고민을 하고, 이를 용기있게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자발적인 낙오자가 되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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