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치매 수발
노인의 치매 수발
  • 홍재식
  • 승인 2010.01.13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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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점점 낮아지는데 비해 노인들의 평균수명은 오히려 연장되어 2020년에는 노인인구가 20%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약 87%가 각종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일상생활에서 거동을 전혀 할 수 없는 노인들이 약 35%이라고 한다. 현재 치매노인들도 8.3%인 34만 6천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치매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노인성치매라 하고, 이는 뇌세포가 손상을 받아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는 만성 퇴행성 뇌질환이다. 사람의 뇌세포는 40대가 지나면 하루에도 수만개씩 뇌세포가 죽어간다고 한다. 뇌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뇌세포가 많이 죽어갈수록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급기야는 치매에 걸린다고 한다. 이런 치매환자들이 사망한 후 뇌를 부검해본 결과 공통적으로 뇌가 위축되어 크기가 줄고 형태가 쭈그러져 뇌세포가 현저하게 감소됨을 확인하고 있다.

누구나 노인이되면 어느날 치매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여 가족들을 고생시키고,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은 노후 생활을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도 치매에 걸리어 여러해 동안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미국같은 선진국의 의술로도 아직 치매를 치유할 수가 없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노년기에 찾아올지 모르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젊어서부터 건강관리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한다. 이번기회에 부친이 치매에 걸렸을 때 아내의 병수발을 예로 들어 치매환자 가족들의 고난을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아내 이야기를 한다고 책하지 말아주기 바랍니다.

우리는 처음 몇 년을 제외하고는 양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왔다. 그동안 양부모님이 건강하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부친께서 1983년 73세때 건강이 좋지않아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치매로 밝혀졌다. 그 이후 담당 의사의 처방에 따라 계속 치료를 받았으나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 거동조차 하지 못해 누워있는 상태에서 대소변을 받아내야만 했다. 모친이 계시지만 힘에 부치어 식사와 물을 떠넣어 주는것 외에는 힘든일은 모두 아내의 몫이었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닦아내고, 목욕을 시키고, 매일같이 나오는 그 많은 빨래는 너무나 큰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일회용 성인 기저귀가 없을 때인지라 면기저기를 매일같이 빨아서 바꾸어주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모친께서 치매환자 심부름을 하는데도 너무 힘들어하면, 그때마다 내가 부친방에서 같이 자며, 밤에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부친의 심음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해 다음날 출근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요즘에는 치매환자를 노인병원이나 간병사에 맡기는 예가 많지만 그때는 집에서 가족들이 간병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 그뿐 아니라, 치매 환자는 가끔 정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를 보면 옆에 가족들이 안보이고, 낯선 사람만 보이면 매우 불안해하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조차 시킬 수 없는 입장이다. 네 자녀를 교육시키면서 6년동안 배설믈을 묵묵히 받아내고 그때마다 나오는 빨래는 매일같이 빨아서 마르기도 전에 계속 욕실에 산더미처럼 쌓여만 갔다. 그때 부친의 치매를 수발하는 아내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말없이 혼자서 잘 참고 견디어 나갔다. 부친께서는 6년간 치매로 갖은 고생을 하시다가 79세때 세상을 떠나셨다.

치매는 치료기간이 길고 밤낮없이 보살필 간병인이 필요한 특수한 질병이다. 그래서 가족들 중 누군가가 자신의 생활을 포기하고 돌볼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가족들은 많은 고난을 겪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치매환자들을 돌봐야할 젊은 세대들의 부양의식과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여기에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로 치매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속도를 감안할 때 선진국과 같이 노인들 요양보장제도는 국가가 맡아서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본다.

<홍재식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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