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후진국 자초할 교원평가
교육 후진국 자초할 교원평가
  • 노병섭
  • 승인 2010.01.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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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로 교원의 전문성과 능력을 높여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대국민 사기극이 시작된 지 수년이 흘렀다. 교육시장화의 맥락에서 꾸준히 시도되어온 교원평가는 번번이 교육주체들의 저항에 부딪혀 법제화 되지 못하였으나, 이명박정부 들어 교육의 상품화?서열화 체제의 완성 속에서 ‘교원평가’ 법제화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역대정부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가장 확실한 제도적 장치들(임용양성의 전문화, 교육환경 개선, 학교자치 실현, 교원 연수 활동 지원 등)은 도외시한 채, 유독 교원평가만을 고집하며 국민을 기망하며 왔다.

그러나 ‘교원평가’로는 결코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으며 오히려 공교육의 붕괴를 초래한다는 사실은 영국, 미국, 일본 등의 사례로 충분히 입증되어 왔다. 영국은 용병교사를 수입하고도 교원수급을 못 맞춰 주4일 수업마저 등장하였고, 미국은 교사 이직률이 최고에 달하며, 일본은 양심적이고 개혁적인 교사들의 교단 추방으로 현실이 되어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누적된 국민들의 공교육 부실에 대한 원망,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을 ‘교원’에게 돌리며, ‘교원평가’로 마치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처럼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회(정치권) 역시, 헌법에 보장된 국민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한 법 장치 마련이라는 소임을 망각한 채 부화뇌동하고 있다.

교원평가를 양보 못하는 더 큰 이유는 교육활동에 대한 통제에 있다. 교육노동자들의 저항을 억누르고 권력의 시종으로 길들이고자 하는 것은 지배자들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욕구이다. 역사 왜곡과 교과서 개악, 정부주도형 교과과정을 통한 교육내용 장악 등 무수히 시도되고 있는 교육에 대한 통제에, 교원평가는 지배자들에게는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는 구체적 교육활동을 책임지고 있는 교원을 체제순응적인 존재로 통제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최근 복무규정 및 보수규정 개정을 통한 공무원?교사에 대한 통제, 시국선언에 대한 파면?해임 역시 눈여겨 볼 일이다. 교원평가를 통해 노리는 것은 바로 잘못된 정부정책에 대해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는 교사들을 분리?제거하고, 살아남은 교원들은 일상적인 통제를 통해 체제순응적 인간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교원평가가 단지 교사들의 밥그릇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우리의 내일까지 좌우하는 문제가 되는 이유이며 정부주도의 일방적인 교원평가를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이유이다.

공교육 모순을 교사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이 교원평가를 강행하려는 또다른 이유이다. 폭등하는 사교육비와 살인적인 입시경쟁체제 속에서 학교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문제는 그 원인과 책임을 쉽게 교사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또한 교원평가라는 점이다. 즉, 한국교육의 구조적 병폐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성찰, 해결노력 없이 오직 국민들의 즉자적인 분노를 교사에게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잊을만하면 ‘부적격 교사’ 문제를 터뜨리며 교사집단에 대한 불신, 마녀사냥의 구실을 제공해왔고, 교원평가 실시의 명분으로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교육의 근원적 문제는 입시경쟁과 대학 서열화, 학벌 사회에 있다. 이의 해소 없이는 그 어떤 정책도 결코 근원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더구나 정부가 마구잡이로 몰아붙이고 있는 ‘평가’를 통한 서열화와 교육시장화?학교시장화 속에서 교원평가가 어떻게 작동할 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이미 학생들에게는 일제고사로, 학교는 학교평가로, 교사들은 교원평가로 이른바 ‘죽음의 평가 트라이앵글’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교원평가를 교사들의 문제라고 치부하거나 일부 단체만으로 논의를 제한하고 법제화를 밀어붙이는 작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교원평가에 따른 결과가 교육 공공성의 훼손, 교육권의 박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그러하다. 교원평가 문제가 교사들만의 사안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냉정하게 교원평가가 교육의 공공성을 어떻게 훼손하고 공교육을 얼마나 더 위기로 몰아넣을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교육문제의 본질이 어디에서 기원하며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히 하며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그나마 미국이 부러워하는 한국의 교육이 오히려 미국을 따라가려는 사태에 대해 오바마의 생각을 들어나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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