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대담] 이철승 대한민국 건국단체총연합회 대표의장
[원로대담] 이철승 대한민국 건국단체총연합회 대표의장
  • 강성주
  • 승인 2010.01.0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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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국한 선배들처럼 큰 포부 가져야"
제목=대한민국 건국한 선배들처럼 큰 포부 가져야



한국 현대정치를 이끌어 온 정치거목으로 소석(素石) 이철승(89·李哲承)대한민국 건국단체총연합회 대표의장을 빼놓을 수 없다.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과 함께 1970년대 초 ‘40대 기수론’을 외치며 야당 대통령 후보 경쟁에 나서기도 했던 이 대표의장은 미수를 넘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새해벽두부터 식지 않는 열정과 왕성한 활동력을 잃지 않고 있었다. 이 대표의장을 만나 극심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작금의 여야 정치 상황과 전북 정치의 현실에 대한 지적 등을 들어봤다.



-건강해 보이십니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으신지요?.

▲저는 일제시대부터 항일독립운동에 막둥이로 참여해서 해방후 혼란정국에 대한민국 건국의 선봉장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이 세계 12위 경제대국이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 애족·애국심과 의지력으로 건강관리를 해왔습니다. 정치는 사람이 합니다. 건강해야 정치도 올바로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애국심, 의지력이 얼마만큼 강하느냐에 따라 난국을 극복하는데도 큰 영향을 줍니다. 저는 대학시절에도 술·담배 않고 몸을 관리했습니다. 철저한 신조가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의지력이 있습니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임에도 우리정치는 아직도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민주정치는 소위 정당정치, 의회정치라고 했습니다. 우리 선대 지도자들은 우리나라를 해방후 혼란정국에서도 희생정신으로 힘을 모아 대한민국을 수립했습니다. 비록 분단국가이지만 단군이래 우리 민족의 쾌거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88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세계 12∼13위 경제대국으로 선진화됐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당이라든지 국회라든지를 보면 선대의 위업을 까먹고 망치고 있습니다. 더욱 더 쇄신·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된 압도적 다수당임에도 그 능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제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분열 정국을 강력히 통일시키는 리더십이 없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10년 정권의 실정 평가를 국민이 내려서 정권 교체가 됐는데, 그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에 일을 시켜 보고나서 잘못을 지적하고 잘하는 것은 협력해야 할 것인데 바로 야당이 되자 사사건건 발목을 쥐니 의회정치가 제대로 될리가 없습니다. 말로는 민주정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큰 위험에 봉착하고 있다고 봅니다.



-전북정치권의 현실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전북정치는 잘 모릅니다. 제가 전북 출신이고 선배이지만 잘 모릅니다. 그럴 정도입니다. 전북인으로서 안타까운 것은 전북 출신 정치인들이 선배들의 정신과 위업을 제대로 이어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제치하에서 국내세력으로서 언젠가 자주독립을 기약하고, 백년대계를 세우고, 후진들을 지도했던 고하 송진우 선생, 인촌 김성수 선생, 가인 김병로 선생, 근촌 백관수 선생, 김영무 전 대법원장 등 전북에서 태어난 분들이 한국 현대사의 기초를 놓았습니다. 특히 산업입국에 경성방직, 동아일보, 중앙고등학교, 고려대학교 등을 창립·인수한 지도자들의 공로와 해방후 의회 제헌국회 이래 국회에서 지도적 역할을 했던 조한백 선생, 소선규 선생, 유진산 선생, 김판술 선생, 윤재술 선생, 조영규 선생(전남 출신) 등등 전국 지도자를 배출한 곳이 전북과 전라도 입니다. 전라도는 천년의 멋과 맛을 자랑하는 예향입니다. 그러나 요즘 정당이나 국회를 볼 때 너무나 전북·전라도가 역동적이지를 못합니다. 이게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다만 도와 시의 행정보고나 도민회 같은 곳을 통해서 자화자찬만 하는 방안퉁수가 된 것 같습니다. 기력이 모자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행사라든지, 미래 준비라든지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인천(송도, 청라지구 개발) 같은 곳에서는 의욕적으로 나서 미래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행사를 잘 전개하고 있는데, 전북은 새만금만 얘기하지 꿈과 기백을 넣어주는 행사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도 임원들과 지도층들이 타도에 뒤떨어지지 않게 진지하게 현대적·국제적 감각으로 미래계획을 수립하는데 힘을 합쳐야 합니다.



- 정계 원로로서 집권 3년차를 맞이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등 국정에 대해 조언하신다면?

▲과거에 지도자들은 소위 반공·민족통일 주장을 많이 해왔는데, 김대중 정부는 민족화합이라며 무조건 퍼주기가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북한을 개혁·개방정책으로 국민소득 3000불 이상으로 올려 놓겠다고 했습니다. 그건 종래 정권과는 달리 실용주의에 입각해서 현실적으로 효과있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대북정책은 UN결의에 따르고 지원을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탈북자와 미귀환한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잘 지적한 정책입니다. 그 원칙 밑에서 추진하는게 바람직합니다. 인권 전제아래 실용주의로 개방하면서 상호주의에 입각해 추진하면 어느 대통령보다 현실적으로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까?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과거 소선거구와 중대선거구 모두 실험해 봤습니다. 박정희 정권때 중선거구로 여야 후보 동시 당선시키는 것 다 해봤는데, 모두 장단점이 있었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단정적으로 얘기 못하지만, 큰 인물과 능력있는 인물 후보 내면 중대선거구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국회의원은 시·도의원과 다르니까 중대선거구 정도로 키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역 대표성을 감안할 때는 소선거구제가 좋습니다. 지금 당장 어떤 선거제도가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과 국민의 뜻을 따라 부단하게 연구·발전시켜야 합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검토하고 원리원칙대로 연구해 능력있는 인물을 뽑아야 합니다. 행정구역 개편도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해야 합니다.



-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국가관이나 민족관이 기성 세대만 못하다고 어르신들이 말씀하십니다.

▲옛날에 자기 집안 족보도 모르고, 선대 전통도 모르는 사람을 상놈이라고 했습니다. 양반과의 차이입니다. 요새 젊은이들 걱정스럽습니다. 상놈이 되지 않으려면 자기 집, 부인, 나라의 족보와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건국이념이 뭐냐, 북한에 비해 남한의 정통성이 뭐냐, 뭣이 달라 남북이 오늘날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느냐 하는 것을 요즘 젊은이들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모르고 있습니다. 세계 12대 선진국으로 원조 받던 나라가 남의 나라를 도와주는 나라가 된 만큼 젊은이들도 대한민국 건국 과정, 건국 이념, 건국 정통성이 뭔가를 알아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풍요로운 자유·민주가 저절로 선물로 굴러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소 연합국에 의해서 해방되고, 3·8선으로 두동강나고, 남한은 좌·우익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연합국이 신탁통치 결정했습니다. 3·1운동은 미완성 독립운동입니다. 반탁반공운동은 단군이래 대한민국을 수립한 완성된 운동입니다. 저와 같은 반탁 우익사람이 찬탁사람과의 싸움에서 승리해 대한민국 수립하고 UN 승인을 받았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든 것입이다. 젊은이들이 대한민국 건국 역사를 알도록 국사를 가르쳐야 합니다.



-전북도민들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은 어떤게 있습니까.

▲전북의 지도자들이나 도민들은 자화자찬만 하고 있는데, 전국·세계를 시야로 바라봐야 합니다. 지도자들이 그 수준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부단하게 공부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만든 근대사나 현대사에서 우리 전북의 선배들이 노력한 정신을 받들어 자부심을 갖고 세계적인 안목에서 뜻을 세워 나가야 합니다. 우리 전북 선배들이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1등 선수들이었습니다. 그런 포부를 가져야 합니다.

서울=강성주기자 sjkang@



◇이철승 대표의장 주요 약력

▲1922년 전주출생

▲전주고,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46년 반탁전국학생총연맹 위원장, 전국학생총연맹 대표의장

▲1970년 신민당 전당대회 대통령 후보 경선

▲1973년 제9대 국회부의장

▲1975년 제30차 유엔총회 한국 대표

▲3, 4, 5, 8, 9, 10, 12대 국회의원(7선)

▲1996년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현)

▲2007년 대한민국 건국단체총연합회 대표의장(현)

▲2007년 대한민국헌정회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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