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거래의 커미션
무기 거래의 커미션
  • 이종욱
  • 승인 2010.01.06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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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무기중개상 아드난카쇼기가 1976년 영국 한 호텔에서 파티를 열었다.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과 여러 나라의 아랍왕족들이 참석했다. 카쇼기는 파티가 끝난 후 안내역으로 미국에서 불러온 아르바이트생 동양 여성에게 “내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생각이 없느냐”고 했다. 20여년 뒤 한국에서 군 정찰기 도입 로비를하다 현직 국방장관과 연서(戀書)스캔들“을 일으킨 재미무기중개상 린다 김 이었다. 1981년 카쇼기는 린다 김에게 “한국에 가서 박종규 전 대통령 경호실장을 데려와 보라.”고 했다. 박씨는 당시 한국 신군부 실세들의 “어른”이었다. 린다 김은 도미(渡美) 전 서울 사교계에서 쌓은 친분을 살려 카쇼기가 낸 이 과제를 거뜬히 해결했다.

미국 노드롭사는 F-20전투기 판매 로비자금으로 625만 달러를 받고도 로비에 실패했다며 1986년 박종규씨를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검찰 수사에서 박씨 측근이 350만 달러를 받아 유용한 사실을 밝혀졌지만 박씨는 85년 이미 사망하여 그의 돈 수수 사실은 규명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무기 구매액의 1~3%가 커미션으로 오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을 방문한 맥도널드 더글라스사 중역의 증언을 보면, 한국이 월남전에 파병하는 조건으로 얻을 수 있었던 M-16의 자동 소총이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으로의 수출건을 따내게 된 뒤 한국을 방문한 맥도날드 더글라스사의 한 중역은 자신들의 무기를 수입해 주는 국가를 찾아 의례적인 인사치레를 하게 된다.

-한 여름으로 기억된다.

여름이라 박 대통령은 부채질을 하면서 와이셔츠를 벗는 중이었다. “아, 내가 결례를 한 것 같소이다. 나 혼자 있는 이 넓은 방에서 그것도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에어컨을 튼다는 것은 큰 낭비인것 같아서요. 나는 이 부채 하나면 바랄게 없지만 말이오. 이 뜨거운 볕 아래서 살 태우며 일하는 국민들에 비하면 신선놀음 아니겠소.” 손님인 내가 청와대 집무실로 방문하자 비서를 시켜 에어컨을 틀게 했다. 참으로 훌륭한 대통령임을 직감했다.

나는 침착하게 내가 한국을 방문한 목적을 그에게 이야기를 했다. “각하, 이번에 한국이 저희 M-16소총의 수입을 결정해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이것이 한국의 국가방위에 크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저희들이 보이는 작은 성의입니다. 나는 준비해온 수표가 든 봉투를 그의 앞에 내밀었다.

“이게 무엇이오?” 그(박정희 대통령)는 봉투를 들어 그 내용물을 살피기 시작했다. “흠, 100만 달러라. 내 봉급으로는 3대를 일해도 만져보기 힘든 큰돈이구려.” 차갑게만 느껴지던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머물렀다. 나는 그 역시 내가 만나 본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사람임을 알고 실망감을 감출길이 없었다. 대통령은 웃음을 지은 채 지긋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게 말했다. “하나만 물읍시다.”

“예, 각하.”

“이 돈 정말 날 주는 거요?”

“각하 맞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소”

“네 말씀하십시오. 각하” 그는 수표가 든 봉투를 나에게 내밀었다.

“자, 이 돈 100만 달러는 이제 내 돈이오. 내 돈이니까 이 돈을 가지고 당신회사와 거래를 하고 싶소. 지금 당장 이 돈의 가치만큼 총을 가져오시오. 난 돈보다는 총을 받았으면 하는데, 그렇게 당신이 해주리라 믿소. 당신이 나에게 준 이 100만 달러는 내 돈도, 그렇다고 당신 돈도 아니오. 이 돈은 지금 내형제, 내 자식들이 천리타향에서 그리고 저 멀리 월남에서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는 땀과 피와 바꾼 것이오. 그런 돈을 어찌 한나라의 아버지로서 내 배를 채우는데 사용할 수 있겠소.”

나는 그의 청렴, 결백, 애국심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일어나서 그에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각하 반드시 100만 달러의 소총을 더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50여년이 지난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무기 도입에 리베이트만 없애도 무기 예산 20%를 줄일 수 있다며 내 놓은게 국방개혁 2020이다. 수정안은 2020년까지 209조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이 예산에서 20%의 거품을 걷어내면 40조원이 절약된다. 이 돈이면 22조원이 든다는 4대강 사업을 두 번 할 수 있고 2조 4000억원짜리 인천대교를 16개나 놓을 수 있다.

“무기구입과 조달, 병무관련 업무”를 근원적으로 비리가 생길 틈이 없도록 획기적 개선책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종욱 고구려 대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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