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마음을 여는 방학
새롭게 마음을 여는 방학
  • 박상주
  • 승인 2009.12.22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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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즐거운 이유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겨울 방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방학은 아이들에게 놀이와 재충전의 기간이다. 단순히 소모적인 놀이가 아니라 학기동안 지친 마음을 달래고 어루만져 줄 놀이가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쁘고 힘들다. 교육에서도 ‘인성’이라는 말 대신 ‘경쟁’이라는 말을 쓰는 일이 잦아졌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성적에 목을 매느라 얼마나 심한 압박감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신경한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에겐 신종플루 보다 시험이 더 무서운 존재라는 걸 헤아리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어찌 보면 가엾기까지 한 그 아이들에게 방학이 돌아왔다. 부모님들은 방학에 못다 한 공부를 시킬 생각에 학원 스케줄로 아이들의 시간을 꽉 채운다. 시간이 바빠짐과 동시에 아이들의 동심도 메말라 간다. 일년에 딱 두 번 두 달 정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유년시절의 아이들에게 참으로 중요하다.

우리들 어렸을 적에는 학교 숙제를 다 마치면 운동장이 우리 놀이터요 산과들이 우리의 벗이었다. 공부라고 해야 한달에 한 권 수련장을 푸는 정도였다. 그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굳이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아이들이 방학이 되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시골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이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들에게서 정서적 안정감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아이들에게 시골 할머니 댁은 마음의 안정을 얻는 중요한 곳이었던 셈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들이 세상물정 모르는, 시대에 뒤떨어진 태도라고 매도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발산의 중요성을 안다면 자식교육은 눈앞의 성적에 급급하지 말고 멀리 보라고 말하고 싶다. 지식위주 교육의 ‘극성스러움’에서 한 발 물러나 아이들에게 마음의 쉬는 시간이 얼마나 큰 인성교육이 되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놓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루 종일 TV를 보고 게임하는 것을 그냥 두라는 말이 아니다. TV와 컴퓨터 또한 마음의 휴식을 방해하는 방해물이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방학을 공부의 연장이 아닌, 숨 쉴 수 있는, 스스로 세상을 경험하는 인성교육의 장으로 삼으라는 말이다. 인성교육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요즘 아이들이 예절이 부족하다고 탓하지 말고 방학기간 동안 예절에 관한 프로그램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청학동 서당이나 김제와 가까운 성덕의 학성강당 등이 있다. 또한 허약체질이라면 건강을 위해 시골마을의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병영체험 같은 것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만약 자신감이나 공부하는 습관이 부족하다면 리더쉽 캠프를 추천한다.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많은 재물을 쌓아서 자식에게 물려준들 자식이 반드시 잘 간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책을 쌓아서 자식에게 물려준들 자식이 반드시 다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남모르게 음덕을 쌓아서 자손을 위한 본보기로 삼으라고 말이다.

여기서 음덕이란 남에게 알려지지 않는 덕행 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성현들도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면 인성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머리와 함께 사회생활의 기본이 되는 인간관계 능력이 충분한, 가슴이 따뜻한 인재를 길러내고 싶다면 학기 내내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의 아이들에게 가슴이 따뜻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가 바로 방학이며 그 방학에는 새롭게 마음을 열고 닦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어느새 삶의 지침이나 철학도 잊은 채 어쩌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엘리트 만들기에 급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하며 지금도화지를 앞에 놓고 동그란 원 속에 빡빡한 일정을 그려 넣고 있다면 이제 그 안에 마음의 꽃을 그려 넣을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방학을 새롭게 변화하는 인성교육의 장으로 삼는다면 어느새 우리의 아이들은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알고, 어려운 일도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인 아이로 우뚝 설 것이라고 믿는다.

<박상주 전주한들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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