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시각>문화교육부 김효정기자-민망한 전주예술제
<기자의시각>문화교육부 김효정기자-민망한 전주예술제
  • 한성천
  • 승인 2009.12.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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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예총이 주최하는 ‘전주 예술제’는 열린 공간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작은 축제였다. 덕진공원에서 연꽃 향기와 함께 전주예총 10개 협회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행사들이 시민들과 어우러지던 그런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해치우듯’ 치러진 전주 예술제 현장은 그야말로 민망한 광경들의 연속이었다.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행사가 두 달 가량 미뤄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핑계로라도 차라리 행사를 열지 않은 것이 나을 뻔 했다. 내용도 없는 산만한 프로그램들이 좁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동안 그들이 말한 ‘쥐꼬리’만큼의 예산마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에는 예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면서 그나마 동정표라도 얻었으나 올해는 2,000만 원의 예산 지원에도 불구하고 협회 회원들에게 조차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2,000만 원. 적으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이다. 돈은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법이다. ‘예산이 부족해서’라는 변명은 구차하게 들린다. 집행부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자신들의 행사를 외면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습은 더욱 씁쓸하다.

그렇다면 몰락하고 있는 전주 예술제의 현 상황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여러 오점을 남겼던 현 회장을 지난해 다시 회장 자리에 앉힌 것은 정작 전주예총협회 회원들 자신들이었다. 결과만 있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한 전주 예술제는 예전의 명성을 찾기 어렵다. 서로 화합하고 단결하지 않은 이상 예산 지원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 시민들도 외면할 것이다.

전주시와 시의회의 방관자적 태도도 문제다. 전통문화예술 도시를 표방하면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만 급급해 보여 주기식 문화 행정은 일사천리로 진행하면서 그 안을 채워 넣을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에는 과연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한 행보들의 결과가 이처럼 졸속으로 운영되고 있는 행사와 축제들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날 개막식장에서 전주 시장에게 건넨 부채 선물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예산을 삭감하고 그나마 ‘쥐꼬리’만큼의 예산밖에 주지 않는 시장에게 뒤에서는 돈 안준다고 울분을 토하면서 앞에서는 선물을 내미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던 전주예총 회장의 모습은 또 하나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이 날 예술제에서 ‘최고로 재미있던’ 순간이었다.

<문화교육부 기자 김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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