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올해 ‘해치우듯’ 치러진 전주 예술제 현장은 그야말로 민망한 광경들의 연속이었다.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행사가 두 달 가량 미뤄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핑계로라도 차라리 행사를 열지 않은 것이 나을 뻔 했다. 내용도 없는 산만한 프로그램들이 좁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동안 그들이 말한 ‘쥐꼬리’만큼의 예산마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에는 예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면서 그나마 동정표라도 얻었으나 올해는 2,000만 원의 예산 지원에도 불구하고 협회 회원들에게 조차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2,000만 원. 적으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이다. 돈은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법이다. ‘예산이 부족해서’라는 변명은 구차하게 들린다. 집행부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자신들의 행사를 외면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습은 더욱 씁쓸하다.
그렇다면 몰락하고 있는 전주 예술제의 현 상황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여러 오점을 남겼던 현 회장을 지난해 다시 회장 자리에 앉힌 것은 정작 전주예총협회 회원들 자신들이었다. 결과만 있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한 전주 예술제는 예전의 명성을 찾기 어렵다. 서로 화합하고 단결하지 않은 이상 예산 지원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 시민들도 외면할 것이다.
전주시와 시의회의 방관자적 태도도 문제다. 전통문화예술 도시를 표방하면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만 급급해 보여 주기식 문화 행정은 일사천리로 진행하면서 그 안을 채워 넣을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에는 과연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한 행보들의 결과가 이처럼 졸속으로 운영되고 있는 행사와 축제들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날 개막식장에서 전주 시장에게 건넨 부채 선물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예산을 삭감하고 그나마 ‘쥐꼬리’만큼의 예산밖에 주지 않는 시장에게 뒤에서는 돈 안준다고 울분을 토하면서 앞에서는 선물을 내미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던 전주예총 회장의 모습은 또 하나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이 날 예술제에서 ‘최고로 재미있던’ 순간이었다.
<문화교육부 기자 김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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