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이 담긴 막걸리 한 사발
정(情)이 담긴 막걸리 한 사발
  • 최성욱
  • 승인 2009.12.18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말연시에는 모임이 많다. 더구나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모임에 술이 빠질 수 없다. 과음하지도 않으면서 좋은 기분과 함께 건강에 좋은 술은 없을까? 바로 그 해답은 전통 민속주인 막걸리에 있다. 특히 올해 인기를 모았던 막걸리 한 사발에 정을 담아 건네자. 김치 한 조각과 함께 와삭 씹는 그 기분은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허름한 술집 입구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연탄난로와 의자 몇 개가 있는 그 곳. 촌부들이 젓가락을 두드리며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은 우리의 예전 풍경들이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서울 강남과 홍익대 앞 등 젊은이들이 찾는 곳에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로 꾸민 ‘막걸리 바’가 등장하여 와인을 팔 때보다 매출이 3배나 늘었다고 한다. ‘막걸리 카페’는 높은 천장에 고급스러운 카페 못지 않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고, 막걸리의 옛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막걸리의 성분을 보면 물이 80%이다. 20% 중에서 알코올 6~7%,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 등이다. 나머지 10%는 식이섬유, 비타민B,C와 유산균, 효모 등이 혼합된 물질인데 바로 이것이 영양의 보고(寶庫)이다. 막걸리 한 병에는 700억~800억개의 유산균이 들어 있다. 일반 요구르트의 100~120병 정도와 맞먹는다고 한다. 유산균이 장에서 염증이나 암을 일으키는 유해 세균을 파괴하고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막걸리는 비타민 B가 풍부하다. 고려대 부설 한국영양문제연구소의 논문 '막걸리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자료에 따르면 막걸리 200mL(4분의3 사발)에는 비타민 B2(리보플라빈)이 약 68㎍, 콜린(비타민 B군 복합체)이 약 44㎍, 나이아신(비타민 B3)이 50㎍ 들어 있다. 비타민 B군은 특히 중년 남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 피로완화와 피부재생, 시력 증진 효과를 낸다고 한다.

올해 막걸리가 생산과 출하, 내수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술을 압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막걸리 생산량은 전년 동기보다 37.8% 늘어났기 때문이다. 막걸리 다음으로 높은 생산 증가율을 기록한 술은 맥주(0.2%)였고, 소주(-4.3%), 약주(-22.3%), 위스키(-26.2%), 복분자주(-28.4%) 등은 감소세를 보였다. 막걸리의 내수량은 38.4% 증가했다. 반면 위스키(-35.1%), 복분자주(-21.3%), 약주(-19.9%)는 큰 하락폭을 면치 못했고, 소주(-4.3%), 맥주(-1.9%)도 소폭 감소했다. 수출의 경우 막걸리가 전년 동기보다 10.0% 증가했다. 수출량은 3,605㎘에서 3,964㎘로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일부터 올해산 쌀로 만든 햅쌀막걸리가 대량 생산돼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햅쌀막걸리 판매는 전국에서 참여를 희망한 34개 제조업체가 2009년산 쌀로 막걸리를 만들어 내년 2월말까지 대량 공급한다. 소비자들은 전국의 농협 하나로마트와 이마트·신세계백화점·뉴코아백화점 등 대형 유통매장을 통해 햅쌀막걸리를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제품과 차별화되도록 일반 막걸리병(PT) 제품에는 ‘2009 햅쌀막걸리’라는 홍보용 꼬리표를, 캔·유리병 제품에는 스티커를 부착해 판매한다.

수입쌀이 주원료인 막걸리시장에서 우리 쌀로 담근 고급 막걸리가 명품 술로 활성화 되면 어려운 농촌 경제에 크게 기여 할 수 있다. 기왕에 마실 술이라면, 연말연시에 농업인의 땀과 정성이 담긴 햅쌀막걸리를 많이 애용하자.

<최성욱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