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 노벨상인 ‘아벨상(Abel prize)’
수학계 노벨상인 ‘아벨상(Abel prize)’
  • 이지현
  • 승인 2009.12.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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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서 노벨상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화 되어 하나의 관용표현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노벨상감이라는 말은 정말 노벨상을 받을 만한 경우에도 쓰이지만 그냥 대단한 일을 일컫는 일상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노벨상에는 물리학상, 화학상, 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의 6개 분야가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과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수학상은 없다. 몇 년 전까지 수학 분야에서 노벨상에 견줄만한 상은 필즈상(Fields medal)이었다. 그런데 필즈상은 노벨상과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필즈상은 4년에 한 번씩만 수여하고 수상자의 연령이 만 40세 미만으로 제한되어 있다. 또한 가문의 영광이자 국가의 영광인 필즈상에서는 상금보다 명예가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필즈상의 상금은 1만 달러에 불과해 노벨상과 큰 차이가 있다.

노벨상에 필적할 만한 상을 제정하고자 하는 수학계의 염원은 아벨상(Abel prize)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아벨상은 매년 수상자를 내고, 수상자의 연령 제한이 없으며, 상금은 노르웨이 크로나로 600만, 미화로 약 100만 달러이므로, 여러 면에서 노벨상과 동격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첫 수상자를 낸 아벨상은 노르웨이의 수학자 닐스 헨릭 아벨(Niels Henrik Abel, 1802~1829)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여러 수학자 중 굳이 노르웨이 출신인 아벨의 이름을 넣은 것은 스웨덴 출신인 노벨과 발음이 유사하고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북유럽의 이웃 국가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아벨의 수학적 업적 중 중요하게 손꼽히는 것은 불과 19세 때 5차 방정식의 일반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수학자들은 1차 방정식에서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2차, 3차, 4차 방정식으로 차수를 높여가면서 일반해를 찾았다. 이 때 3차 방정식의 해법은 2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이용하고, 또 4차 방정식의 해법은 3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이용하는 식으로 전개되었기에, 4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이용하면 5차 방정식의 해법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 추측했다.

기라성 같은 수학자들이 5차방정식의 해법을 찾는데 도전했지만, 큰 장애에 부딪히게 되었다. 결국 5차방정식 문제는 약 3세기 동안 수학의 난제로 남아 있다가 결국 아벨에 의해 일반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아벨은 5차방정식에 관한 논문을 당시 수학계의 최고 권위자였던 가우스에게 보냈으나, 가우스는 논문을 읽어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결국 아벨은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한 채 27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아벨의 수학적 재치를 보여주는 일화가 하나 있다. 중학생 시절 아벨은 수학 선생님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마지막에 날짜를 60643.21219의 3제곱근 이라고 적었다. 60643.21219의 3제곱근이란 이 수를 세 번 곱해서 60643.21219가 되는 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8의 3제곱근은 세 번 곱해서 8이 되는 수, 즉 2이다. 계산기로 60643.21219의 3제곱근을 계산하면 약 1823.5908이 된다. 그러므로 편지를 작성한 해는 1823년이고, 소수점 아래의 0.5908을 계산하여 월일을 알아내야 한다. 365×0.5908=215.64이고 평년인 1823년에서 215일째 되는 날은 8월 3일이므로 215.64에 해당하는 날짜, 즉 편지를 적은 날짜는 8월 4일이 된다.

아벨상 선정위원회는 2003년에 최초로 장 피에르 세레에게 수여 했으며, 2004년에는 마이클 아티아와 이사도르 싱거, 2005년에는 피터 락스, 2006년에는 시니비사 바라드한, 2008년에는 존 톰프슨과 자퀴 티트 그리고 금년에는 러시아 태생 프랑스 수학자인 미가일 그로모프가 받게 되었으며 2009년도 상금은 684,000유로로 약 100만 달러 가까이 되며, 5월 24일 오슬로 대학에서 노르웨이의 국왕 하랄드 5세가 아벨상을 직접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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