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는 국민적 합의를
2010년에는 국민적 합의를
  • 이한교
  • 승인 2009.12.17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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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간지에서 한 장의 사진과 기사를 보았다. 지난 8월6일에 ‘쌍아모’(쌍용차를 사랑하는 아내의 모임) 몇몇 회원들이 쌍용차 정문에서 강성 투쟁을 부추기던 민주 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무릎 꿇고 펑펑 울면서 호소하고 있었다. “파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제발 국회로 돌아가 달라”는 것이다. 쌍용사태가 6월에 들어서서 노조원들이 공장을 점거 농성하면서 가동이 전면 중단된 후, 농성장 분위기극으로 치닫고 있을 때였다.

‘쌍아모’회원 A씨는 월급이 중단되어 생활이 힘든 것보다, 노조원들이 사제 총으로 무장하고 볼트, 너트를 쏘아대는 곳으로 향하는 남편을 보내며, 속이 타들어 갔다는 것이다. 협상이 타결된 지금까지도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쌍용차는 파업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정상가동하고 있으며, 새롭게 태어나기 위하여 노사가 ”한마음 인사 나누기 운동“등을 펼치고 있다. 또한, 경영 정상화와 고용안정 유지를 위해 일절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9월에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민주노총 산하 금속 노총을 탈퇴했다. 이처럼 쌍용은 변화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러나 11일 채권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결정이 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쌍용차를 살리겠다며 강성투쟁을 부추겼던 민주노총과 정치인이 농성 이후 한 번도 공장을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16일에야 여야국회의원 103명이 쌍용차 회생 탄원서를 서울 중앙지법 파산부에 냈으며, 17일에는 최종 강제인가 결정이 내려졌다. 이유는 대량 실직과 협력사 연쇄파산이 지역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한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쉬운 맘이다. 왜 엉망진창이 되고서야, 온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서야 바로 서려 하는가. 아무리 비가 온 뒤 땅이 굳은 법이라 하지만, 사전에 대화로 사태를 수습하거나, 미연에 노사 간 갈등을 방지할 수는 없었는가. 거듭되는 갈등의 손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하면서 불신의 싹만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고 있는가. 현재도 국민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사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밀어 붙이려고만 하는가. 결국, 온 국민이 ‘쌍아모’회원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아도 상관없다는 얘기인가.

정치란 모두가 진실 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제도이다. 국민이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일부 사람(정치인)에게 운전을 해달라고 부탁한 일이 정치다. 다시 말해 국민이 정치인을 고용했는데, 마치 주어진 힘이 자기 것인 양 멋대로 운전대를 잡고 가야 할 길을 벗어난다면 국민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종시 행정복합도시와 4대 강 사업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려면 당리당락을 떠나서 줄타기를 버려야하는데도, 솔직한 의견을 내놓고, 극과 극으로 나뉘어 싸우지 말고, 만신창이가 되면서 까지 서로를 헐뜯고 할퀴면서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 꾀부리지 말고, 정치 고수처럼 겉으로만 국민을 위하는 척 시위 현장을 쫓아다니지 말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회주의자가 되지 말아야 되는데도, 오직 정해진 법을 지키는 소신 있는 정치인,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긴 안목을 가진 정치인, 주인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정치인이 우리게 필요하다는 데도 묵묵부답인 당신들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우리는 ‘쌍아모’회원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들처럼 잿밥에만 관심 있는 정치인들을 버리고 싶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관섭하지 말고, 힘 있는 것처럼 객기를 부리지도 말라는 것이다. 차라리 모르는 척 조용히 있으란 얘기다. 좀 솔직하고 담백한 정치인이 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려면 지금의 정치형태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지금의 정치로는 갈 길이 멀다. 선진국처럼 주려는 사람과 받으려는 사람이 같은 장소에 같은 목적으로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주니 당신은 무조건 받아야 된다는 논리는 억지이며 독선이다. 그것이 아무리 귀한 보석이라고 해도 받아야 되는 사람에게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배려는 기본적인 예의이며 법이다. 상대를 대화로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쉽게 칼(권력)을 빼드는 것은 아주 졸렬한 행위이다.

2010년에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서로 협력하자. 여야의 벽을 허물고 소신 있는 당리당략의 끈을 끊어버리고,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의 양심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가 되도록 초심으로 돌아가자. 그래야 땅을 치며 펑펑 울어야 하는 억울한 제2의 ‘쌍아모’ 회원이 나오지 않을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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