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龍)을 만드는 교육
개천에서 용(龍)을 만드는 교육
  • 박규선
  • 승인 2009.12.17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지돌출(平地突出)의 산을 나는 위대하다고 본다. 우리 지역 모악산이 그런 산이다. 아무 기반 없이 호남평야 그 드넓은 땅에 우뚝 서있기에 신앙의 대상이 된 것이다. 높은 산들은 기반 자체도 높아서 그리 아스라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산에 비해 해발에서부터 시작되는 산은 얼마나 위대한가?

우리는 아무 기반 없이 출세한 경우를 개천에서 용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강남불패니, 고액과외니 하는 말을 들으면 걱정이 앞선다. 흔히 학교는 사회를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사회의 큰 흐름에서 학교도 비켜설 수 없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학교가 사회의 흐름을 이끄는 힘은 아직도 막강하다. 농촌의 젊은 부부들이 자녀 교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근 도시로 이사한 후 논밭으로 통근 농업을 하거나 아예 대도시로 나가 직업을 바꾸는 경우가 그 예라고 할 것이다. 농촌에서도 도시 못지않게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다면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농도인 우리 전북에서 농어촌 학교를 살리지 않으면 그나마 남아 있는 농촌의 젊은 인력마저 대도시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촌학교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우리 전북을 살리는 길이다. 우선 농어촌 학교를 살려서 학교가 그 지역의 문화 및 스포츠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공간이 단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능만이 아닌 시설과 인력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운동장이나 강당을 활용하여 레크레이션 및 체력 단련의 마당으로 살아나야 지역사회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어촌 학교가 활기차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영어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과 사교육이 없는 만큼 이를 보완할 프로그램이 시급하다.

농어촌지역 학교들이 도시와 멀리 있기 때문에 유능한 특기적성 강사들이 가기를 꺼린다. 따라서 내실 있는 특기적성교육을 해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문제의 원인에는 규정에 묶여 있는 현실성 없는 강사료의 탓도 크다고 본다. 이들의 강사료를 현실화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농어촌학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특기적성교육의 내실은 기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교육복지 차원에서 학습준비물 지원이나 무료급식은 말할 것도 없다.

농어촌교육이 살아야 농어촌이 살고, 농어촌이 활기차야 우리 전북에 희망이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꿈을 키우는 공간임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지역사회의 희망이어야 한다. 나날이 쇠퇴해가는 농어촌 지역에 학교라는 희망의 등불이 없다면 얼마나 어둡고 칙칙할 것인가? 농어촌학교 살리기에 우리 교육청의 노력만이 아닌 지자체는 물론 지역주민 및 향우회, 동문회 등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훨씬 활기차게 변해가리라고 생각한다. 농촌은 우리의 뿌리이며 생명의 창고이고, 특히 농도인 우리 전북의 존립기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충북 음성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가 꿈꾸었던 세계를 움직일 힘은 바로 학교에서 키웠다. 학교는 이렇듯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무한한 에너지가 있다. 평지돌출의 산처럼 높은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 학교이다.

나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교육을 꿈꾼다. 용은 큰 강에서만 나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으로 물은 작은 개울에서 출발해 대하로, 그리고 마침내 대해로 나간다. 작은 물고기가 큰물을 만나면 적응하기 힘들다. 그래서 작은 물에서 적응력을 키워 큰 물로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전북의 개천에서 용을 만들자. 그 용들이 승천하는 날 우리 전북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인재를 키우는 일보다 더 큰일은 없다. 우리가 가진 것이 없다고 낙담하기 전에 우리의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재양성이다. 교육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기에 숨어 있는 잠룡들을 찾아 그들의 앞길을 열어줘야 한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갈 인재가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우리 모두 학교의 개천에서 미래를 비상할 용들을 키우자. 개천에서 용은 반드시 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