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문화계결산> 3.공연
<2009 문화계결산> 3.공연
  • 이지현
  • 승인 2009.12.16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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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공연무대는 2009년에도 활기차게 돌아갔다. 각 단체의 역량을 모은 다양한 결과물이 지속적으로 무대에 올려졌고 향유 계층의 저변확대를 위한 노력이 계속됐다. 하지만 도내 공연계가 따스한 온기를 느끼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외적 성장은 눈에 띄지만 질적 성장은 기대만큼 거둬들이지 못했기 때문. 새로운 창작극보다 이미 상품성 및 작품성이 검증된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순수 공연예술은 외면받았다. 더군다나 하반기에 나타난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인파가 운집하는 공연장을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관객 수도 전반적으로 줄었다.

▲ 지원금에 목 메는 공연무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지역 공연계의 시도는 계속됐지만 여전히 각종 진흥기금 등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 대부분의 공연계가 공연을 통한 자체 수익을 남기지 못하고 있어 문예진흥기금이나 찾아가는 예술활동, 무대제작지원사업 등 각종 지원금에 목을 메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순수창작예술을 제작하기보다 ‘지원금을 타기 위한 공연’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쓰고 있다.

올해 전북 무대에 올려진 작품을 돌아보면 연극은 심각한 공연보다는 재미있는 소극을, 무용이나 음악은 순수 창작보다는 대형공연과 지자체의 구미에 맞는 소재나 테마를 선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일부 연극과 음악을 제외한 대부분의 무대가 초대권 남발 및 무료로 공연을 진행해 ‘작품을 통한 자생력 마련’이라는 공연예술가의 가장 원초적인 꿈은 아직도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 연극계 화두는 연극제

‘그래도 막은 오른다’는 연극판의 속설처럼 올 한해 전북 연극은 공연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북연극제와 청소년연극제, 소극장연극제, 대학연극제, 영호남연극제, 부산과 전주의 국공립극단 교류 기획 초청공연 등 다양한 연극제 활동을 통해 관객과의 만남을 시도했다.

특히 문화영토 판과 극단 명태, 극단 둥지, 제인촌 우듬지, 극단 황토레퍼토리시스템, 전주시립극단 등 도내를 대표하는 다양한 극단이 참여해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고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을 펼쳐 역대 최다 관객을 유치했다. 또, 전북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와 부산 교류공연작 ‘춘향은 울지 않는다’, ‘타인의 눈’ 등 다양한 작품에 대한 연기자들의 연기 능력 역시 해가 거듭할수록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전북을 대표할 수 있는 창작물 없이 기존에 발표된 작품이 대거 출품돼 신선함은 떨어졌다. 양적 팽창은 예년의 수준을 유지했지만 천차만별의 양상을 보인 것이다. 관객 유치도 중요하지만 본격적인 연극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획 제작이 활성화돼야 얇아진 연극 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자성을 던져주었다.

▲ 국악계에 불어온 훈풍

올해 전북 국악계는 지난해 국악계의 대모 오정숙 명창을 잃은 데 이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2-6호 춘향가 보유자인 김유앵 명창마저 타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하지만 국악의 본고장답게 다양한 공연이 앞다퉈 무대에 올라 어느 해보다 풍성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신종플루로 취소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아쉬움을 달래고자 마련한 ‘광대의 노래’가 가장 눈에 띈다. 현존하는 전통음악의 최고수로 꼽히는 조상현 성우향 이매방 최승희 이생강 등 80여명의 명인명창이 무대에 올라 천하를 호령하는 광대의 삶을 모조리 풀어놨다.

이와 함께 젊은 감각과 실험정신을 앞세워 전통음악의 새 길을 모색하는 국악인들이 종횡무진 활동하며 국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통문화센터 전속예술단인 ‘한벽’과 타악그룹 ‘동남풍’, 크로스오버 밴드 ‘오감도’ 등은 국악을 기반으로 양악과의 접목을 시도하며 끊임없이 관객과 호흡했고 국립민속국악원의 젊은 예인전과 전주전통문화센터의 다양한 상설 기획무대는 실력 있는 젊은 국악인과 참신한 국악 창작곡을 발굴하는데 앞장섰다.

그러나 극심한 노사갈등을 빚어온 전북도립국악원은 지난 9월 이선형 원장을 필두로 1년 가까이 중단됐던 공연을 재개하면서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렇다할 자체사업을 선보이지 못해 오랜 공방의 후유증을 그대로 드러냈다. 때문에 새로운 집행부가 구체적인 사업을 선보일 내년 계획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반해 지역 클래식계는 정중동의 모습이었다. 눈에 띄는 큰 행사보다는 개별 독주회가 주를 이룬 가운데 퓨전음악의 이벤트성 공연이 줄을 이었다. 다양성에 비해 음악의 질적인 면은 큰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또, 도내 유일의 호남오페라단은 올해 창작물 대신 기존의 공연을 새롭게 각색한 ‘버섯피자’와 ‘나비부인’만을 무대에 올려 음악 전반의 토양이 튼실해진 것으로 보기엔 아직은 무리가 있어보인다는 평가다.

▲ 무용계는 제자리걸음

대단한 변화가 곧 일어날 듯 보였지만 결정적인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은 올해 무용계는 예술적 내용의 측면에서도 예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또, 무용사회 주체들의 소극성이나 능력부족일 수도 있고 아직은 때가 무르익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무용사회의 발전이라는 면에서는 기대와 달리 변화가 거의 없었다.

전북무용제의 운영방식을 바꿔 보고자하는 시도가 진행된 올해는 젊은 한국무용단 ‘애미아트’가 대상을 수상하는데 이어 제18회 전국무용제에서도 금상을 수상하는 등 일정부분 성과가 있었다. 또, 한국무용계를 대표하는 도무형문화재 최선씨가 병상을 털고 일어나 ‘천년의 한지, 숨결로 추다’를 선보이고 고명구 솔뫼무용단과 류무용단, 강명선 현대무용단 등 젊은 무용수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그렇지만 다양한 작품을 공연장에서 만나기는 어려웠다. 젊은 춤꾼들의 창작작업이 활성화되는 듯 보였지만 질적인 성숙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통춤과 창작춤 모두 평균치보다 못한 공연이어서 풍요 속의 빈곤을 겪었다. 이와 함께 무용단은 무용수의 부족을 젊은 무용인은 제대로 활동할 전문 무용단의 부재를 호소하는 아이러니도 여전했다. 그럼에도 전북 무용이 나아가야 할 비전이나 현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자구책이 없었다는 사실은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지현기자 jh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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