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주인(酒人)의 덕목
67. ­주인(酒人)의 덕목
  • 김효정
  • 승인 2009.12.16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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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박물관이 어느덧 30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하였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각 시, 군별 기술센터 및 배우려는 일반 시민 분들의 교육 요청이 현재까지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막걸리 부흥을 통해 전통주가 부각이 되면서 술을 빚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에 참으로 반가운 일이라 생각한다. 술도 하나의 음식으로 받아들이려는 인식이 자리잡고, 제대로 된 전통주를 스스로 경험해 보기 위한 도전들만 보아도 든든함이 느껴진다.

이를 계기로 많은 교육생들을 위해 술 빚기 과정의 기본과 원칙이 습관처럼 몸에 베이도록 교육을 실시하는데 술 강좌 진행에 있어 필자가 느끼는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재료를 선택한 후 술을 빚어 항아리에 넣어 보쌈 하는 과정만 알 수 있을 뿐 알코올 발효 과정을 전혀 지켜 볼 수 없다. 또한 조별로 이루어 술을 빚기 때문에 각 개인이 빚은 술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바로 잡아주기가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아쉬운 점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 과정 동안 개인이 술을 빚어 오도록 과제를 주고, 술 빚기 일지를 쓰도록 하여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바로 잡아 주도록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술을 빚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술을 빚고자 한다면 우선적으로 술 빚기 도구가 준비 되어야 하며, 발효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술 빚기를 도전해보지 못하는 것 같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술 빚기의 고수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기본과 원칙을 우선적으로 지키고, 많은 술 빚기 경험한 뒤에 스스로 생각하는 응용 방법을 연구해 보는 순차적인 교육방법이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항상 유념해야 주인(酒人)들이 숙지해야할 기본 덕목은 무엇일까? 이미 잘 알려진 술 빚기 법칙을 전통주의 육재(六材)라고 부르는데, “첫째, 쌀을 고를 때는 벼가 팰 때부터 고르게 익은 것을 고르고, 둘째, 적당한 시기에 누룩을 골라야 하는데, 누룩은 여름에 잘 뜨게 한 것이 좋다. 셋째, 쌀과 누룩을 섞어서 술을 담글 때 깨끗하게 다루어야 하고, 넷째, 좋은 물을 골라야 한다. 다섯째, 좋은 그릇을 사용해야 하며, 여섯째, 술이 잘 익게 온도를 맞추어야 한다.” 고 전해진다. 이렇듯 이 여섯 가지 중심으로 이루어진 핵심사항은 좋은 재료 준비와, 원활한 발효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우선 선행 되어야 할 것은 내가 빚고자 하는 술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 후 재료 선택 시 술의 원료가 되는 곡물 선택과, 곡물의 가공형태, 또한 몇 번에 걸쳐 술을 빚을 것인지 집을 짓기 전에 설계도를 짜듯, 술 빚기 계획을 세운다. 술을 빚을 때 필자와 고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공정이 고두밥(재료) 익히기 과정, 혼화과정, 발효과정이다. 술밥은 술의 발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술밥을 찌기 위해서는 백세라는 과정을 통해 최대한 영양소를 버리고 알코올 발효에 필요한 전분만 남겨야 하며, 쌀이 깨지지 않도록 씻어 불려 준다. 한편 불린 쌀을 헹궈 고두밥을 지을 때 밥이 질면 발효가 빨리 진행되고, 밥이 덜 익으면 발효가 원활히 일어나지 않아 신맛으로 가는 주범이 되므로 고루 익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충분히 당화작용이 용이하도록 모든 재료를 한 대 섞어주는 혼화과정에 집중해야 하며, 집안에서 가장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공간 (20~25℃)에 두어 발효를 한다. 술은 미생물이 빚어내는 일이기에 가늠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첫 술은 자주 들여다보고, 술의 반응을 관찰해 보면서 술 빚기 일지를 꼼꼼하게 기록하여 간과한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자료로 남기는 것이 좋다. 내가 설계한 계획에 맞춰 한 가지 제조법만 잘 익혀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번 빚으면, 추후 다른 술을 빚을 때 큰 어려움 없이 빚을 수 있다. 항상 필자가 매번 곱씹어 생각하는 것이 있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초심을 잃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려 다가올 새해에는 진정한 주인(酒人)으로 거듭나도록 하자.

글 :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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