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슈퍼를 위해서라도
우리 동네 슈퍼를 위해서라도
  • 김남규
  • 승인 2009.12.16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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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연말이 되면 시민단체 역시 한해의 사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 계획과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 한 해를 돌아보니 정말 정신없이 보낸 것 같다. 여러 가지 답답한 마음과 사건들이 떠오른다. 올해 상황이 어께를 더욱 무겁게 누르는 무게만큼 내년을 준비하는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것 같다.

한해를 돌아보면 외환위기 여파와 정부의 부자 감세로 인해 더욱 어려워진 지역 경제와 서민들의 삶에 별다른 대안을 만들지 못한 것이 더욱 아쉽다. 특히 우리단체에서 힘을 집중했던 대형 마트와 SSM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개정을 포함한 중?소상인 살리기 운동이 올해 결실을 맺지 못하고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비판적인 역할을 많이 하게 된다. 쓴 소리를 잘해야 하는 것도 시민단체의 몫이다. 그러나 모두들 수도권으로 떠나고 지역이 황폐화 되는 상황에서, 지역을 지키고 지역에서 살고자하는 한 시민으로서, 시민운동가로서, 우리 동네 슈퍼하나 지킬 수 없는 것이 너무 초라하고 참담한 생각마저 든다. 더욱이 정부가 ‘행복도시’ 원안을 뒤집고, 수도권 규제를 해제하여 결국 서울 사람들의 땅값 지키기에 앞장서고, 지역 경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켜야할 지역 상권의 마지노선이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들어온 대형마트는 다시 나가라고 하기 어렵다. 기업들끼리 SSM을 경쟁적으로 입점 시키고 있는 이유는 상권을 누가 먼저 점유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다 들어오고 난 다음에 법률 개정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애가 탈 수 밖에 없다.

두 번의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를 했다.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의 극치는 선거를 통한 중간 평가로 정권을 압박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번의 선거 참패에도 이명박-한나라당의 독주는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어떻게든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하지만 범야권 세력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민주당은 친노세력과 무소속등으로 분열되어 있고, 민노당과 신보신당의 뼈아픈 분당의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분당 이후 처음 치러질 지방선거에 진보신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해 각 지역에 최대한 많은 후보를 낼 것이다. 경쟁관계에 놓인 민노당 역시 후보를 총 동원해 선거를 준비해 나갈 것이다. 두 번의 재?보궐 선거에서 이기고 개선장군이 된 민주당은 내부 기득권 쟁탈전으로 범야권과의 협력 의지가 점점 약해 질 것이다. 가진 게 많으면 내 것을 내놓기 보다는 지키기 바쁜 법, 민주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는다면 범야권과의 협력은 어렵다. ‘꿩 잡는 게 매’라고 유권자들은 싫더라도 당선 가능한 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민주당이 바라는 바일 것이고, 민노당과 신보신당이 새로운 폭풍을 일으키기 전에는 이러한 구도를 깨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서울 지역 상황이 만만치 않다. 이명박 정부가 ‘행복도시’ 원안을 뒤집으면서까지 서울 시민들의 땅값을 지켜주고 있지 않은가? 지난 총선에서 있었던 ‘뉴타운 공약’이라는 핵폭풍의 위력을 맛보았지 않은가?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지 않는 후보는 없다. 그러나 야당 후보들 모두가 승리를 장담하고 나선다면 국민들이 겪은 지난 2년 동안의 고통이 아무런 대가와 희망 없이 무너져 내려야 할 판이다. 내년에는 스스로 쥐고 있는 손을 펴고 범야권의 정책 연대와 선거 연대의 가능성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말로만 정권 심판을 외치는 정당이야 말로 ‘그 당이나 저 당이나’ 다를 게 없다.

지난 2년이 짧지만 너무 긴 시간이었다. 잃은 게 너무 많다.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민주주의 후퇴’ ‘남?북 관계 위기’ ‘민생 위기’가 모두 한꺼번에 몰려왔다. 대형 유통회사들로 부터 내가 애를 태우며 지키고 싶은 ‘우리 동네 슈퍼’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하지 않고는 그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 질 것이다. 정치권도 한해를 돌아 볼 것이다.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를 설계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 설계도 속에 국민들의 얼굴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 자기 얼굴만 그리고 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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