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완산동주민센터>조기입학에 앞서 극복해야 할 과제들
<김효진 완산동주민센터>조기입학에 앞서 극복해야 할 과제들
  • 김경섭
  • 승인 2009.12.14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조정 문제를 검토할 전담팀을 구성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사교육비 절감에 따른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앞당기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만5세 조기취학에 관한 찬반 여론을 조사한 결과, 조기취학제도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46.7%로 ‘찬성’(32%)보다 14.7%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찬성하는 쪽은 유치원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반대하는 쪽은 입학 이후에도 어차피 학원을 보내게 되므로 사교육비 경감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제도 시행에는 단순히 찬성과 반대를 말하기에 앞서 극복해야 할 많은 과제 해결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첫 번째 과제는 우리나라 유아교육 질의 양극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 달 원비가 1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명품유치원에서부터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조차 저질의 재료를 써서 고발당하는 영세한 어린이집까지 존재한다.

이렇듯 우리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유아교육의 불평등을 많이 보아왔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선진국에서 볼 수 있듯 유아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공교육화 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이 되면 이러한 불평등은 자연히 해소될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우리 정부가 증가하는 맞벌이 가정과 한부모 가정에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2009년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40.1%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근로자 및 한부모 가정의 비율을 감안할 때, 낮 시간동안 자녀를 돌볼 수 없는 가정은 우리나라 전체의 50%가 훨씬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인 부모들의 형편이 이러한데, 유치원의 정규수업은 대부분 오후 1시에 끝난다. 따라서 오후에는 자녀가 사설학원이나 종일반에 맡겨져야 하며 추가적인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계속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미 유행어가 되어 버린 ‘학원 뺑뺑이’는 대한민국의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 부모가 귀가하는 저녁 7시까지 어린 자녀를 돌보아 주는 평등한 공교육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세 번째 과제는 유아(초등)교육 전문인력 확충 및 일자리 창출이다. 교사들이 과도한 행정업무와 수업시수를 감당해야 하는 교육제도 속에서 아이들의 도덕과 인성교육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또한 오후 7시까지 아이들을 지도해야 함에 따라 보다 많은 수의 정규직 교사가 필요하게 된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정부의 보조금을 대폭 지원하여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하향조정하는 이번 제도에 대해 찬성한다. 이는 앞에서 열거한 세 가지, 혹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정착될 때 유아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마음 놓고 자녀를 맡기게 돼 출산율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업자 구제도 가능하게 되는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