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약속
대통령의 약속
  • 이보원
  • 승인 2009.12.0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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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허브인 뉴욕의 전문보석상들은 상인들 간에 보석의 양과 품질, 사고발생 시 보상문제에 대해 어떠한 계약서나 각서도 주고받지 않고 보석을 거래한다고 한다.

값비싼 보석을 거래하면서도 그 흔한 계약서나 각서 한 장 없이 보석을 거래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바로 그 저변에는 무형의 자산인 무한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주로 유태인들로 구성된 보석상들은 오랫동안 보석을 거래하면서 축적된 상호 신뢰와 관행위반시 제명하는 엄격한 규범을 지닌 결속력 높은 네트워크라는 사회적 자본이 축적돼 있었던 것이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 간 협력을 촉진하는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무형자산을 의미한다고 한다.

동일한 양과 질의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를 투입하고도 전혀 다른 성과가 나오는 이유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자본의 존재가 확인됐다고 한다.

미국의 하버드대 로버트 퍼트넘 교수는 “사회적 자본을 상호이익을 위한 협력과 조정을 용이하게 하는 사회적 특성”이라고 정의했다.

사회적 자본은 축적이 가능하고 다른 생산요소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일종의 무형자산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 거래비용을 절감하여 인적·물적 자본의 효율적 투입과 운영을 가능케 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은행은 ‘국가의 부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책자에서 ‘경제발전을 위해서 신뢰와 규범과 같은 무형자본이 자연자원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중요성에 비해 측정이 어려운 한계가 존재하지만 사회적 자본은 국가의 부와 사회안정을 동시에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조건이라고 세계적 석학들은 한결같이 주장이다.

세계은행 수석연구원 스티븐 낵은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국가 신뢰지수가 10% 떨어지면 경제성장률은 0.8%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존스 홉킨스대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시스템과 함께 사회구성원 간 신뢰가 필수”라고 설파했다.

WEF(세계경제포럼)는 올해 9월8일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조사대상국 133개국 가운데 19위를 기록, 전년보다 6단계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터진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 뉴욕발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미증유의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국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음에도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했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사회신뢰와 규범준수 등의 영향을 받는 정치신뢰 및 노사협력 부분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에 대한 기업인의 신뢰는 지난해 25위에서 올해엔 67위로 무려 42단계나 추락했다. 노사협력의 수준은 95위에서 131위로 36단계 하락했다.

한국의 취약한 사회적 자본이 높은 거래비용을 유발하며 국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세종시 원안수정을 둘러싼 논쟁으로 온 나라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충청권에선 원안추진을, 다른 지역에선 원안수정에 따른 후폭풍 차단을 촉구하며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원안수정에 따른 지역차별 우려는 기우”라고 강조했다. 새만금·혁신도시 등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통치자의 대국민 약속의 실천여부가 사회적 자본 측정에 포함되는지 모르겠지다. 하지만 정치신뢰가 국가경쟁력을 견인하진 못할망정 상쇄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는 바람이다.

<이보원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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