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권 새만금관광연구센터장> 새만금, 한국형 자유시간도시를 꿈꾸다
<장병권 새만금관광연구센터장> 새만금, 한국형 자유시간도시를 꿈꾸다
  • 김완수
  • 승인 2009.12.09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유시간도시’라는 용어가 있다. 어떤 특수 경관지역에 관광지라는 이름으로 조잡한 시설, 비슷비슷한 식당들, 평범한 숙박시설을 모아놓고 일과성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3차 산업이 집적되어 도시 기능들이 세련되고 알찬 수준으로 갖추어진 현대적인 휴양지를 말한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관광지를 수없이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관광도시가 ‘자유시간도시’라고는 할 수 없다. 진정한 자유시간도시를 꼽는다면 프랑스의 랑독-루시옹(Languedoc-Roussillon)을 들 수 있다.

랑독-루시옹은 파리로부터 약 900㎞정도 떨어진 남부의 ‘니스’와 ‘상뜨로뻬’까지 지중해변 길이 약 180㎞, 폭 20㎞의 지역으로 세계 최초로 ‘자유시간도시’로 명명(命名)되기까지의 사연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랑독-루시옹은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습지대와 해변의 모기떼로 인해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았으며, 그나마 지역경제를 지탱하던 포도산업도 사양화된 지역이었다. 그런데 1960년대로 들어와 유럽들의 휴가문화가 발달하면서 상황이 반전되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인들은 국내에서 휴가를 보낼 곳이 변변치 않자 엑서더스처럼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었고,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외화유출을 막고 지역진흥 차원에서 1963년부터 20년간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 당초 ‘불가능한 과업’(Mission is Impossible)처럼 보였던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2000년대에 들와서는 연중 1,000만 명이상이 찾아오는 유럽 최대 휴양지가 되었다. 랑독-루시옹의 개발이 긍?부정적 영향을 함께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관광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었다. 즉 기존의 관광도시가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만을 겨냥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관행에 얽매여 있을 때, 랑독-루시옹은 일반 국민들이 조용히 쉬면서 자기를 성찰하고 지역사회의 거주민과 동화되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공간개념, 즉 자유시간도시의 전형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1960년대 프랑스와 우리의 상황이 크게 다를 바 없다. 주5일 근무제의 도입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자유시간을 크게 늘어난 반면, 국민들이 가족과 함께 재충전의 기회를 보낼 고품격 휴양지들은 충분하지 않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새로운 관광자원의 창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변화하는 관광트렌드를 따라가기도 힘들다. 그 결과 국민들의 해외여행은 주5일 근무제 시행 전인 2003년의 경우 709만 명이었으나 이후 급신장하여 2007년에는 1,332만 명까지 증가하기도 하였다.

우리의 경우도 2000년대로 들어와 관광수지 적자가 심화되면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달러를 국내에서 소비하게끔 다양한 시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개발정책으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제주국제자유도시 등이 있다.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공존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앞서 랑독-루시옹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최근 경제여건이 녹녹치 않으면서 도시개발이 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새로운 비전과 전략으로 무장한 새만금이 국내외 시선을 끌며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새만금은 당초 농업용지 조성을 주목적으로 하였으나 21세기의 여건변화에 따라 정부는 동북아의 국제경제자유도시, 환황해권의 메가 경제권, 저탄소 녹색성장의 프런티어로 육성하고 있다. 또한 서울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대단위 간척지라는 점에서 미래 한국경제의 발전소(powerhouse)이자 차세대 성장동력의 원천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광활한 새만금의 땅을 시대적 요구에 의해 어떤 용도로 시의 적절하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모든 간척지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미래세대의 개발이익까지도 보장하는 현명한(wise)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당장 가장 시급한 것은 새만금 지역에 기업과 사람을 끌어 들이는 전략이다. 기업유치를 위해서 지난 3월 27일 산업단지의 기공식을 필두로 시작된 새만금 개발은 10일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관광단지 기공식을 거행함으로써, 이제 ‘산업’과 ‘관광’이 새만금의 성공을 견인할 쌍두마차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특히 새만금 관광단지는 정부차원에서 명품복합도시 구상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인 게이트웨이 관광단지를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이 선도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중앙-지방간 ‘끌어주고 밀어주는’ 거버넌스를 계속 유지할 경우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여기에 국내외 기업들이 새만금 투자를 점점 흥미로운 사업으로 인식함에 따라 최근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전북도의 투자유치 성과에 따라 새만금 관광단지는 물론 군산 국제해양관광지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새만금 관광단지는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복합수변도시’라는 점에서 기존의 관광지들과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으며, 내용면에서도 풍요로운 수변과 창의적인 문화, 즐거움과 여유있는 삶을 향유하는 ‘명품도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랑독-루시옹이 그랬듯이 ‘한국형 자유시간도시’임에 틀림없다. 다만 랑독-루시옹의 약점으로 지목되어온 고도로 표준화되고 대량화된 콘크리트형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이며 창조적이고 점진적인 개발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금번 첫 삽을 뜨는 새만금 게이트웨이 관광단지의 기공식은 향후 국내외 관광투자자들을 유인하는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할 것임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