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문화, 누가 만드나
선거문화, 누가 만드나
  • 홍요셉
  • 승인 2009.12.04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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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내년 6.2 지방선거에 대한 제한·금지되는 선거법 규정에 대한 안내와 함께 감시·단속활동이 시작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법령에 의한 경우나 주민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제공을 위한 반상회보 등 공직선거법과 규칙에서 정한 홍보물 외에는 일체 발행·배부할 수 없다. 또 지자체장은 주민자치센터가 개최하는 교양강좌와 근무시간 중에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외의 행사에 참석하는 행위, 정당·후보자가 설립·운영하는 기관·단체·조직 또는 시설은 당해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제공하는 밥 얻어먹지 마시라. 밥값의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감당해야 한다. 함부로 공짜여행도 가지 마시라. 발각되면 마찬가지로 여행경비의 50배 과태료 날벼락을 받기 때문이다. 적발되면 `나는 몰랐다'는 말도 사정도 통하지 않는 게 현행 선거법이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 비해 엄격해진 선거법에 의해서 부정·부패의 온상이 줄어들긴 했지만 선거철만 되면 여전히 횡행하는 게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처벌과 과태료의 문제를 떠나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데 문제가 된다. 그 단적인 예가 대학사회 선거판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학가의 선거가 여기저기서 '부정선거'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서울대는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투표함을 몰래 열어 봤다’는 의혹이 제기돼 선거관리위원장이 사퇴하고, 재투표가 실시됐다. 용인대는 투표함 바꿔치기 및 탈취 논란으로 경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에서는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하는 가운데 도내 한 대학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다음년도 다이어리를 제공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각 후보들은 어떤 학교를 그리고 있는지에 대한 공약과 정책 보단 이미지화 된 홍보에 의해서 평가받는다. 그래서 대학선거에도 상당한 선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정치인들이 이렇게 돈을 써서 당선되면 본전을 찾기 위해 허튼 짓을 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안다.) 정책토론회를 참여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학생 유권자 다수가 민주주의가 부여한 권리 행사를 거부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참여의 위기를 반증하는 것이자, 대학 총학생회가 다수 의사를 만들어 내는 정당한 절차로 기능하고 있는지, 학생 의사의 정당한 대표자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야기 시킨다. 이렇게 낮은 투표율은 어느 후보를 찍느냐를 떠나서, 그리고 낮은 투표율로 인해 누가 이득을 보느냐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매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학사회에서 벌어지는 선거문화는 정확히 사회에서 벌어지는 선거문화의 축소판이 됐다.

선거철만 되면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인물타령을 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찍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반찬의 가짓수는 많은데 젓가락이 쉽게 가지 않은 밥상 앞에 앉아 있다는 표현이 그래서 나온다. 밥 때가 되었으니 밥을 먹긴 먹어야 하는데 반찬을 보니, 어떤 반찬은 화학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 있고, 어떤 반찬은 영양가가 없고, 어떤 반찬은 상한 냄새가 나고, 어떤 반찬은 처음 보는 반찬이라 쉽게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찍을 사람 없는 그 선거를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자.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도 이유가 되겠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무관심으로 민주주의 시민이길 기꺼이 포기했던 유권자들의 책임이 더 큰 건 아닐까.

누가 우리 지역에 필요하고 적임자인지를 구분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어떤 행동을 하는 지 귀 기울여 보자. "잘 부탁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면 어떻게 잘 할 건지 물어보자. 유권자가 새로워져야 정치인도, 지역의 운명도 새로워진다. 다가올 지방선거에서는 구태의연한 정치를 하면 이제 더 이상 약발 먹히지 않는 다는 것을 선거참여를 통해 직접 증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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