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수준이 떨어지거나 사회적 인식이 낮은 경우 삼류라는 말을 사용한다. 삼류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부류에 있어서 그 정도나 수준이 낮은 층”을 일컫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 부류가 어떠한 것이든지 간에 삼류가 주는 뉘앙스는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이끌어나가는 사회의 핵심 동력이기 보다는 사회 주변부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하위 그룹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사회의 중심부에서 남에게 인정받으며 활개를 치는 속칭 일류에 비해 삼류 그룹은 사회의 낮은 관심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속칭 일류와 삼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갖고 있는 조건으로부터 나오는 태생적 차이일까, 아니면 주변의 인식이 낮다는 자괴감에서 비롯되는 저의욕과 체계적인 훈련 부족에 따른 산물일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부류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이 어떠한 수준의 그룹인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태도에서 나타난다. 자신의 분야에서 맡은 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프로 정신이 부족하다는 말을 흔히 한다. 자신의 일에 대해 기대치만큼의 태도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흔히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단순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직업적으로 하고 있느냐, 아니면 취미삼아 하고 있느냐로 구분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과 열정에서 나타난다. 프로가 어떠한 상황이나 조건에서도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확실히 자각하고 실행하는데 비해, 아마추어 그룹은 주변 상황이나 조건에 영향을 받고 자신의 할 바를 다하지 못하는, 근성 부족의 행태를 보인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의식은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어주며, 이러한 원칙들이 자신을 프로로 만들어갈 것이다. 반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 의식과 체계적 훈련과정이 부족할 경우, 그 결과는 삼류라는 저급 이미지로 나타나게 된다.

얼마 전, 양용은이 PGA 최종 라운드에서 세계 제일의 타이거 우즈를 따돌리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도 그의 우승을 향한 숨은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연예인들이 개인적인 고통이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사로운 감정을 숨기고 방송에 임했다는 에피소드 등을 통해서도 우리는 프로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단편적인 예에서도 나타나듯, 프로 의식은 위기의 순간에 그 진가가 발휘된다.

그렇다면, 위기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얼마 전, 이러저러한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모 방송진행자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은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 줍고 일어났다는 말을 했다. 진행자 자신도 책에서 읽은 표현이라 했지만, 가슴에 새길만한 얘기가 아닌가 싶다. 고난이나 좌절을 겪고 자신이 수렁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더 이상의 희망은 없으며,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자책한다. 고난이나 좌절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든, 운이나 주변 여건에 따른 것이든 간에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은 더 이상의 희망을 주지 않는다고 단정한다. 허지만, 이러한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프로와 아마의 차이가 나타난다. 위기를 단순히 위험요인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얻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프로다운 자세일 것이다.

행여 자신이나 주변 상황의 한계에 선을 그어버리고, 근성을 가진 프로로서의 가능성을 쉽사리 포기한 적은 없는지,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기 보다는 불필요한 자괴감으로 시간을 허비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태생적 조건만으로 안일한 삶을 살다 위기의 순간에 무너지는 일부 나약한 일류 보다는 굽이 굽이 인생의 위기 순간에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갖는 사람이 진정한 일류이고, 인생살이의 진정한 프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