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근 전북도의원> 아이들 키우기 위해서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야
<김연근 전북도의원> 아이들 키우기 위해서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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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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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엇보다도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했던 시절, 그때는 육아나 교육이란 단어 자체가 사치였다. 얼마나 사는 게 어렵고 힘들었으면 여성은 출산한 다음 날부터 바로 일을 해야 했고, 엄마를 대신하는 큰언니가 동생 두어 명을 키우다시피 했겠는가. 이제는 아주 오래된 풍경으로 까마득한 일들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먹고살기 힘들고 아이들 키우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육아나 교육은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모든 여성들은 아이를 가지면 머릿속 생각까지 바꿔 총명하고 감수성 높은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며 좋은 임신환경을 주고자 한다. 그러나 아이를 가졌다는 행복감도 잠깐, 수개월을 입덧에 시달리며, 분만의 고통을 참아내면 출산 후엔 수유와 육아에 지친 몸으로 여성들은 행복감보다 외로움을 더 느낀다고 한다. 아이가 조금 크게 되면 어린이집 덕분에 몇 시간의 평온함이 허락되지만, 한 달 수입의 평균 40%가 넘는 양육비와 교육비 덕분에 생활은 항상 쪼들린다.

직장을 가진 엄마들은 오후 6시가 되면 퇴근을 생각하며 눈치를 살펴야 하고, 약속한 시간을 10분이라도 넘길 때면 육아도우미나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번번한 미안함으로 얼굴을 붉혀야 한다. 행여 퇴근이 조금이라도 늦어지거나, 아이가 아플 때면 마음 졸이며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상황이 바로 우리나라 보육환경의 그림이다.

이런 현실적 문제가 한국의 출산율을 전 세계에서 가장 낮게 하락시켜 이대로 저출산이 진행될 경우 2100년에는 2만 명으로, 2305년에는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는 목소리 이면에는 출산하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비난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모성을 숭고한 어떤 것으로 칭송하지만 어찌 보면 육아는 여성의 몫이고 그런 여성은 전지전능해야 한다는 책임전가까지 숨어있는 것이다. 사회가 육아에 관한 짐을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여성만의 책임으로 돌리며 혼자 짐을 지고 갈 것을 강요하는 것 같다. 그래서 육아와 교육에 있어 여성은 항상 힘들고 외롭고 고독하다고 한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영유아보육 무상지원이나 셋째 아이를 출산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출산 장려책을 시행하고는 있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정책이 출산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사한 결과 81.6%가 '영향을 안 미쳤다'고 한다. 경제적 지원으로 포장한 지극히 정치적이고 단편적인 정책으론 ‘저출산’이란 시한폭탄을 제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정부는 1990년 영육아보육을 제도권내로 진입시켰지만, 뚜렷한 지원이나 관리없이 보육을 방치해왔다. 세계화 열풍 속에서 OECD 가입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보육시설 설치를 인가에서 신고제로 완화해 영세한 민간보육시설 점유율을 더욱 넓히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 덕분에 보육교사는 하루 평균 10.5시간을 근무하고, 월평균 임금이 106만원이며 하루에 쉴 수 있는 시간은 10분이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정부 지원시설과 미지원 시설의 평균이기 때문에 미지원시설의 경우에는 보육교사들의 환경이 훨씬 열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보육교사들은 일 분 일 초도 쉬지 못한 채 오로지 허기만을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밥을 먹고, 아이들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려운 조건 때문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도 늘 불안하다. 대부분의 뇌성숙이 이시기에 이루어진다는 영유아기의 안전과 교육문제를 고스란히 맡겨놓은 채, 그 외로운 ‘엄마’의 자리를 대신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태교음악회를 개최하고 조기교육의 열풍 속에 살면서 유독 느리게 진행되는 보육 환경을 빠르게 변화 시킬 수는 없을까. 보육과 교육이라는 긴 경주를 시작하기 전에, 그 출발점을 밀도 있게 점검했다면 우리도 덴마크와 처럼 ‘아이는 사회가 키운다’는 보편적 생각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사회가 나서야 한다.

아이들은 희망이다. 그 자신과 부모에게는 물론이고 국가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출산할 수 있는 몸을 가졌다는 것이 축복이 되도록 어떻게 키우느냐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가 아닌, 엄마가 행복한 사회, 보육교사가 행복한 사회, 그래서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사회,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시급하고 중요하며 가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엄마와 보육교사와 함께 지역사회가 나서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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