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규 전주덕진소방서 대응구조과장> 119 구급대원과 시민의식
<박덕규 전주덕진소방서 대응구조과장> 119 구급대원과 시민의식
  • 이방희
  • 승인 2009.12.0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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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소방방재청이 주관하여 16개 시·도의 119구급업무 종사자 100여명이 부안 대명리조트에서 ′119구급업무 선진화 등 현안사항’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주요 내용은 구급업무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향상을 위한 방안과 일선 구급대원들의 애로사항 개선에 초점이 모아졌다.

119구급대원 ! 그들은 의미 있고 보람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지만 그에 부합하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 내적으로는 열악한 근무여건에 시달리고, 업무 중에는 성숙되지 못한 시민들의 폭언과 폭행에 힘들어한다. 소방방재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237명의 구급대원이 폭행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119구급대의 이송대상자는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 등 재난현장과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들이다. 그런데 119구급대를 찾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음주로 인한 단순 주취자들이다. 이들은 만취로 몸을 가눌 수 없기 때문에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련법령에 의하면 119구급대는 이들의 이송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유관기관과 시민들은 119구급대에게 이들의 안전조치를 희망하여 119에 신고를 한다. 본래 119구급업무 영역을 벗어난 상황이지만 선량한 마음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이들은 구급대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지난 해 연말, 모(某) 119구급대원은 폭언과 폭행에 대해 경찰서에 고소를 한 사례가 있다.

고소를 당한 당사자는 경찰서에 불려 갔고 수사는 시작되었다. 참고인 조사자로 아들과 딸 등 가족들이 줄줄이 불려 가자, 소방방재청장에게 민원을 제기했다. 조사를 해보니, 자식뻘 되는 구급대원에게 온갖 폭언과 멱살잡이까지 하면서 구급대원을 경시했던 것이다.

119구급대원은 주로 무거운 ‘들것’을 활용한 환자의 이송, 흔들리는 구급차 안에서 심폐소생술(CPR) 등 허리를 많이 사용하는 업무를 하루에 10회 이상을 수행한다. 이 정도 업무를 하려면 하루 밤을 꼬박 새워야 한다. 당연히 힘들지 않을 수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구급대원을 포함한 소방관들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8시간씩 3교대 업무를 추진한다고 하면서 예산을 이유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119구급대원들은 희망한다. 3교대도 좋지만,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119구급대원들은 응급환자의 이송 및 응급처치를 할 때 내 부모, 내 형제, 내 친구처럼 생각하고 업무를 한다. 시민들도 119구급대원들을 대할 때 내 자식, 내 형제, 내 친구로 생각한다면 119구급대원들은 더욱 신나게 시민들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적 성장뿐만 아니라 정신적 성숙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멋진 세상을 꿈꾸는 이 땅에 시민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지혜를 갖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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