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육, 대화가 필요해
가정교육, 대화가 필요해
  • 고영호
  • 승인 2009.11.26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청소년 문제는 그 양상이 다양하고 범위가 넓게 나타나고 있다. 학교폭력과 언어폭력을 넘어 학업포기, 자살 및 우울증과 성폭력 등 청소년 문제가 우리 사회의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시급한 예방대책이 요구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현상이 심각해짐에 따라 해결하기 위한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노력들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그 효과는 미미하다. 눈에 보이는 사건사고에 급급해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장차 나라의 기둥이 될 청소년들의 비행이 급증할 것은 자명한 일이요,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산되어 결국 국가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 될 것이다.

예전 모 방송의 개그 프로그램 중 대화가 부족한 한 가족의 식사 시간 풍경을 소재로 삼은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었다. 아버지의 ‘밥 먹자’라는 한 마디로 식사가 시작되는데, 마치 원수지간에 어쩔 수 없이 마주 앉아 식사하는 듯 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 코너의 기본 상황은 전형적인 가부장적 모습인 아버지와 매사 그런 아버지의 눈치를 보는 어머니,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기죽은 모습과 반항적인 모습을 모두 보이는 아들의 부조화이다. 대화가 단절되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준 프로그램이었지만, 일면에서는 이 모습이 요즘 대부분 가정의 식탁 풍경이고, 가정분위기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내심 찔리면서도 공감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부부의 다툼 중 대부분은 아들의 비행이나 사고가 계기가 된다는 점이었다. 결국 가정의 관심부족과 소통의 부족, 이해의 부족이라는 연쇄현상이 이 가정의 청소년 문제를 야기한 셈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 아들의 문제 즉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따뜻한 관심이 가득한 대화를 통한 가정교육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가정은 사람이 태어나서 최초로 교육을 받는 장이며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운다. 인격과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는 단계로써, 제도권의 의도적 교육과는 달리 교육의 기초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그런데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가정 속의 줄어든 대화와 커져가는 심리적 소외감은 가족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켰고, 이러한 현상은 급기야 가족해체로까지 이어진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의 연장선에 가정교육의 부재는 심각해졌으며, 지금 우리가 직면하는 청소년 문제의 정도는 심각함을 넘어 위급해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정은 어떤 모습을 되찾아야 할까.

우선 청소년들이 성장하면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에는 일상생활 속 예의범절, 배려와 인내심, 성실감, 책임감 등이 있다. 이 인성들은 가정 내에서 가족과의 따뜻한 대화와 관계형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청소년 성장기의 중요한 일면이다. 이를 두고 많은 교육학자들은 청소년 자아성장 중 가장 중요한 시기 또는 결정적 시기라 표현하기도 하는데, 만약 이 시기를 놓쳤다면 더 많은 개인적·사회적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흔히 쓰는 말로 ‘저 사람은 가정교육을 잘 받았구나’ 혹은 ‘가정교육이 형편없군’이라는 표현으로 인성을 평가하는 바로 그 기준인 것이다. 즉, 우리 청소년들이 ‘가정교육을 잘 받았네’라는 평을 많이 받을 수 있어야 청소년 문제의 근원적 해결에 접근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는 가정에서의 통제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부모와 자녀가 사안을 두고 대치하게 될 때 우리는 흔히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을 한다. 애초 그 의미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희생이 강조된 것이었겠지만, 오늘 날 공공장소에서 이기적인 행동으로 부모를 난처하게 하는 아이들과 그 상황을 방치하는 부모를 보면 ‘위엄있는 통제’가 간절해지기도 한다. 이 작은 문제가 용인이 되고 그것이 습관이 되었을 때 훗날 사회의 큰 문제로 확대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닐까.

결국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은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기본인 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분한 소통을 통해 자녀들에게 부모의 가치관을 나누어 주고 그 동안 쌓아온 예의범절과 배려, 인내심, 성실, 책임감 등을 대화 속에서 배우게 하면 자연히 자녀의 인성은 높아지게 된다.

사회의 근본인 가정이 바로서면 그 사회가 바로 서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이치이다. 이 당연한 이치를 위해 이제 이렇게 말해보자. “대화가 필요해”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