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을 높이려면
국격을 높이려면
  • 이한교
  • 승인 2009.11.24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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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물었다. 왜 당신은 여행하느냐고, 그러자 그 여행가는 “환상을 깨기 위해서입니다.” 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환상 속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언젠가 이웃집 노인이 서울시청 앞을 부러 가보았다고 한다. 이유는 매번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수천수만의 국민이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여 흥분하고, 울분을 토했던 곳이기에, 꼭 그 역사의 현장을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들었던 곳, 노인도 TV 앞에서 고무되어 “대한민국”을 외치며 월드컵을 응원했던 기억들이 있었던 것이다. 25인치 TV로 보았던 그 광장은 넓이는 가늠할 수조차 없이 넓었다. 그러나 큰 실망만 하고 왔다는 얘기였다. 상상했던 만큼 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농부의 계산으로는 겨우 서너 필지 논 면적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상이 깨져 버린 것이다.

국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여가시간 중 TV 시청이 1위, 2위가 인터넷 게임, 3위가 등산 등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10대들은 54%가 PC로 뭔가를 하고, 31%는 TV를 즐긴다고 한다.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여가시간에 TV를 많이 본다고 한다. 결국, TV 시청이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TV 시청률이 세계 1위라 한다. 가치관형성에 TV의 영향이 크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바보상자인 TV는 생각을 차단하고, 공주병, 왕자병 등으로 허황한 꿈을 꾸게 한다. 어른조차도 환상을 가지게 하지만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없어서는 안 될 의식주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는 결과에 대하여 생각해볼 때이다. 첫째 너무 많은 정보로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는 것이다. 둘째 지배계층 정권유지의 도구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셋째 개인의 개성이 무시되거나 획일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고 보며, 끝으로 사회에 대한 문제가 대중에게 급속히 전달된다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염려하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오늘도 TV는 문제점 해결에 인색하다. 개선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보면 볼수록 환상과 허황된 꿈만 눈덩이처럼 커진다. 진정 시간을 투자해 볼만한 프로가 드물다. 단순히 보면 먹을거리 장터 같다. 한마디로 대중 스타들의 놀이터와 같다. 편집을 통하여 영상화면이 왜곡하므로, 현실감을 상실하게 만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열정이 녹아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감동도 없고 보고 배울 게 없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내용도 없으며, 몇몇 대중 스타들의 끝말 있기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마치 강매하는 장사꾼 같다. 이미 공영방송이길 포기한 모습이다. 조금만 신경 쓰면 시청자로 하여금 상상하게 하고, 조금만 부지런하면 필요한 것만 골라보는 지혜를 줄 터인데, 무조건 상자 앞으로 모이게 하는 프로그램 제작, 겹치기편성 등은, 국민을 바보로 알고 있는 것 같다.

혹자는 보기 싫으면 보지 않으면 될 거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미 미디어에 점령당했다. 더구나 미디어법이 통과되어 TV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이대로는 안 된다. 다듬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다. 바로 그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며, TV는 국격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지금처럼 그 밥에 그 나물 식의 편성이 아니라, 품위를 지키며 국민의 정서를 아우르는 강력한 전파의 힘을 발휘해야할 때이다. 칼은 쓰는 용도에 따라 다르며 그 칼을 가진 자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다. TV방송 또한 그러하다. 일방적인 TV 힘은 엄청나다. 왜냐면 왜곡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환상을 가질 수 있도록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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