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교대 통합인가?
무엇을 위한 교대 통합인가?
  • 김우영
  • 승인 2009.11.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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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정책이 있다.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 부처 또는 산하 기관 간의 통합, 그리고 행정 단위 간의 지역 통합이다. 구조 조정을 위한 통합에서 국립 대학 간의 통합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통합의 시도는 정권 초기에는 약간의 성과를 보이다가, 임기 말에 이르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항상 반복되는 통합 논의에서 전제되는 논리가 있다. 통합은 선이고 반대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이다. 과연 우리는 이 논리에 따라야 하는가? 현재의 어떤 구조도 그 합리적인 이유와 역사가 있다. 우리는 현재의 구조가 가지는 합리성과 전통에 대해서 과연 성찰적인가? 우리가 합리성과 역사에 대해서 몰이해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누구도 통합은 선이고 반대는 악이라는 이분법 논리에 쉽게 순응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교육대학과 인근 종합대학과의 통합 논의는 합리성과 역사에 대한 몰이해가 개입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육대학의 통합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교육대학의 설립 목적과 운영의 효율성에 대한 타당성 검증을 통해서, 통합에 대한 당위성이 우선적으로 도출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통합이 필요하다면 어떤 형태의 통합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순차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지적되는 통합의 당위성에 대한 중요한 논거를 보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예산 운영의 절감을 위해서 인근 종합 대학과 통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교육대생의 취업난 해소를 위한 복수 전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인근 종합대학과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논거는 설득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교육대학의 설립목적과 운영의 효율성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결코 설득적이지 않다.

교육대학은 우수한 초등교사 양성이라는 목적을 가진 특수 목적대학으로서 설립 된지 70-8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학원과 연수프로그램을 강화하여 교원의 재교육 기능과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서 초등교육연구 센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목적대학을 유지함으로써 우수한 학생의 유인과 다양한 심화된 교육과정의 제공, 연구개발 투자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에서 운영의 효율성이 결코 의심된 적이 없다.

현재 교육대학은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고 있고, 양성된 교사의 질의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현재의 교육과정도 초등교사 양성에 있어 부적합성이 문제되는 상황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10개 교대에 대한 연간 1000억원 정도 예산 투자가 낭비적이라거나 비효율적이라는 진단이 나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1000억원은 일반 규모의 일개 종합대학의 연간 예산에 훨씬 못 미친다. 이 예산으로 국가의 미래를 개척하는 초등 교원 전체를 양성하는 것은 결코 과잉 투자라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더 투자되어야 하지 않을까?

취업난 해소의 문제에서도 그렇다. 그것은 양성체제의 문제가 아니다. 임용고시의 높은 경쟁률을 위해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초등교원자격자를 과도하게 양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원수급계획과 교대정원조정의 권한은 교과부장관의 소관으로, 이 문제는 정부의 정책의 산물일 뿐이다. 정책에 따라 어제든지 해소될 수 있는 문제이다. 오히려 취업에 대한 배려로서 복수 전공을 도입하는 것은 초등교원 양성체제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드는 최악의 발상이 될 수 있다.

복수 전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초등교원 양성에 필요한 전공 학점을 45학점으로 대폭 낮추어야 한다. 현재 교대생들은 교양 40학점, 전공과 심화 관련 학점을 110학점 정도를 이수하고 있고, 여기에 더하여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하여야 한다. 전공과 심화 관련 학점이 많은 이유는 초등교사는 도덕,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실과, 음악, 미술, 체육, 전 교과를 한 교사가 다루어야 하는 특수성에 기인한다. 전공학점을 45학점으로 낮추는 것은 전문성과 소양을 갖춘 교사의 양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가 교대 설립의 목적과 성과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성찰한다면, 유능한 초등교사 양성에 개선의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육연한과 교육과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초등교사의 재교육과 초등교육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교육대학이 특수 목적 대학으로 유지될 때만 가능하다. 통합이 있어야 한다면, 전국의 교육대학들을 하나의 연합대학 체제로 묶는 교대 간 통합이 더 효율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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