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년
건강한 노년
  • 이영원
  • 승인 2009.11.02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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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도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11월로 접어들었으니 좀 있으면 크리스마스 캐롤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각종 송년 모임 등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은 더욱 부산해질 것이다. 가을 단풍은 어느새 계절의 끝자락으로 물러서 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세월의 속도를 새삼 실감하면서 지나온 시간들을 정리하고, 1년에 대한 결산으로 한 해를 보내게 된다. 연말을 앞두고 지나간 시간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될 것 같다. 떠나간 기차를 아쉬워하느니 다음 기차를 타기 위한 준비와 계획을 세우는 것이 미래를 위해 보다 현실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삶을 위해서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한에 매달리기 보다는 앞으로 남은 시간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미래의 후회를 줄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비율 중 65세 이상의 노인 비율은 2007년 기준 약 9.9%로 인구 10명 당 1명이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의 저 출산율을 고려할 때, 노인인구 비율은 2018년에는 약 15%에 이르러 이른바 고령사회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평균 수명도 늘어나 2020년에는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약 82세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성의 경우,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인생의 1/3을 폐경 후 삶으로 지내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가히 노인 시대가 될 전망이다.

과거엔 노인하면 연상되는 것이 자식 부양에 평생을 보내고 쓸쓸히 노년을 맞이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직도 아무런 노후 대책 없이 자식 뒷바라지만을 평생의 보람으로 여기고 지내는 노인네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노인들에게 경제적, 사회적 자립은 잘 키운 자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인들의 기대는 최근 세간에 떠도는 노인 3대 바보라는 씁쓸한 유머에서도 나타나듯 자식들의 생각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결혼한 아들을 아직도 며느리의 남편이 아니라 자신의 자식이라 생각하는 노인, 명절 때 자식들 불편할까봐 노후에도 넓은 평수의 집을 지키고 사는 노인, 평생 모은 재산을 미리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자식들이 용돈 주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노인들을 세칭 3대 바보라 한다는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현 세태를 반영하는 이 씁쓸한 유머는 노후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버 마케팅이 새로운 분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노인과는 달리 건강하고 독립적이며 구매력 있는 노년들을 위한 시장개발에 기업들이 나선 것이다. 노인들이 관심을 갖는 건강, 레저, 여행 등과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로 구매력 있는 노년층을 끌어들이고, 자신들만의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한 보험광고에서는 자녀 결혼식 후 부부가 신바람 나게 스포츠카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새로운 노년 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자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만의 생활을 즐기겠다는 신세대 부모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사회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늘어나는 독신자나 이혼가정 등 새로운 형태의 가구를 위한 시장전략도 함께 등장하고 있다. 배우자와 사별 후 혼자 사는 노인이나 독신자 등을 위한 소포장 상품이나 혼자 오는 고객을 위해 주위의 시선을 받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 1인 손님을 위한 고기 메뉴 개발 등 새로운 고객층을 위한 상품, 서비스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개인화, 차별화라는 사회적 트렌드가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한 노년을 맞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식이 노후 보험이라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으니, 자신의 건강관리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력을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노후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사회 봉사활동을 더한다면 값진 인생의 마무리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적인 준비와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사회제도적 차원에서의 지원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연말을 앞두고 인생의 말년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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