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광장-장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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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경
  • 승인 2009.10.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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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 한글날 공휴일 환원

장세진 전주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563돌 한글날에 즈음해 관련 뉴스가 지면을 장식했다. 먼저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왕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세종로라는 명칭이 생긴지 63년, 1968년 이순신장군 동상에 밀려 덕수궁으로 옮겨진지 41년 만에 제 자리를 찾은 것이다.

동상 주변에는 해시계와 측우기, 혼천의와 신기전 등 세종대왕의 업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조형물이 설치되기도 했다. 이명박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우리 겨레의 보물이자 세계의 문화라고 할 수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한글을 쉽게 배우고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정부는 세종학당을 확대 설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추진의사를 밝혔다. ‘전체 법정 공휴일의 숫자를 조정하는 방식’이라는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의원은 한글날과 제헌절을 법정 공휴일로 다시 지정하는 내용의 ‘국경일에 관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를테면 한글날 공휴일 환원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한 셈이다. 더욱이 이번엔 국민 68%가 찬성하는데다가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제14차 국가경쟁력위원회의에서도 논의된 사안이라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늦은감이 있지만, 적극 찬성하는 국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글날의 운명을 들여다 보면 꽤 기구하다. 쉬는 날이 어쩌다 많았던 1990년 10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 못하겠다며 들고 일어서 공휴일 폐지가 성사되었다. 그러나 반대가 심해 그 해 8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고도 1991년 10월 9일부터 평일이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당시 이어령 문화부장관은 폐지에 강력 반대했지만, 노태우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총무처가 앞장을 섰다. “글자 만든 날을 공휴일로 하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 총대를 맨 논리였다. 국가가 스스로 한글의 우수성을 몰각하다 못해 국민들에게 계몽까지 한, 참으로 한심스럽고 ‘무식한’ 작태였다.

사실 한글날은 그냥 하루 쉬는 날이 아니다. 지구상에 많은 나라가 있지만 제 언어를 사용하는 곳은 드물다. 그것을 우리 스스로 기념하지 않고 자긍심을 갖지 않는다면 문화민족이라 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문화전쟁의 시대이다. 그 우수성은 그만두고 한글이라는 우리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념할 가치가 충분하다.

오해가 없기 바라지만, 아니할 말로 예수나 석가모니 등 외국인의 귀빠진 날도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는데, 순 우리것으로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한글의 날을 그냥 평일로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찬란한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한글날은 법정공휴일이 되어야 한다. 수업에 묻히면 한글날의 소중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글은 1997년 유네스코세계유산에 선정되기도 했다.

재계는 더 이상 생산성 감소 등을 들먹이며 장사꾼 셈법을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전례에 비춰볼 때 한 가지 걱정은 이 모든 논의들이 한글날 반짝한 1회성 이벤트로 그칠까 하는 점이다. 특히 언론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다. 언론이 국민을 대신해 지속적인 관심으로 정부의 약속이행을 지켜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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