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광장-서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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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경
  • 승인 2009.10.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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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산물, 풍년기근현상 사전에 막아야 한다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서형인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아 맞아 각종 농산물이 출하되고 있다. 풍년으로 제값을 받지 못해 오히려 흉작만 못한 ‘풍년기근’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도 예외가 아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밖에 더 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최근 지구상의 꿀벌의 25%가 줄고 있고 군집붕괴현상으로 벌통이 이유없이 사라지고 있다. 원인으로 꼽히는 것 중의 하나가 농약과 살충제이다. 또한 4천여명정도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신종플루의 발생 원인도 생각해보면 미국의 다국적 양돈기업의 공장형 돼지생산시설이 아닌가? 기존 고투입 농법이 투입대비 산출량을 중시하는 효율적 생산기법일지 모르지만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친환경농산물 생산은 이제 여유있는 사람들의 선택이 아니라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가 되었다.

친환경농산물의 본격적 생산장려는 1990년대 초반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한 우리 농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하여 시작되었다. 그후 1990년대 후반부터 매년 생산량이 30~40%씩 급성장했고 올해 친환경농산물 시장규모는 3조 7천여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2007년 2조 1천여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추세이며 친환경농산물의 생산과 소비가 빠르게 성정하고 있다는 증거다. 친환경 인증제가 도입된 2001년 0.2%에 불과했던 생산비중이 지난해에는 10%대로 올라섰다. 2015년에는 5조원 규모까지 성장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안정적 대량생산체제가 구축되었다고 하겠다.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공급 증가에 걸맞는 유통, 소비 시스템 구축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산물 생산 초기 유통방식은 공급자 중심시장이었다. 다품목 소량생산체제로 소비자층이 제한되어 직거래 방식 등 체계화되지 못한 유통방식에 의존했었다. 생산자 중심의 이러한 시장형태에서는 몇 몇 유통전문조직에 의해 유통된다든지, 공급자 위주의 가격결정이라든지, 계약재배 등의 시장특징을 갖기 때문에 유통문제는 크게 대두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방식이 대량화되고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여 이러한 추세에 변화가 생겼다. 안정적 대량생산추세에 접어들고 소비도 증가함에 따라 백화점, 대형유통업체에서도 취급량을 늘려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존의 직거래 방식에 의존하는 유통형태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늘어나는 생산량을 판매와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는 늘고 있으나 판로확보는 어려운 아이러니한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생산한 농민들은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구입을 할 수가 없어서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둘러 농정기조를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생산장려 위주에서 탈피해 소비, 유통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생산과 소비의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친환경농산물 물류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도매기능을 수행 할 수 있도록 친환경농산물 취급 전문 물류센터, 도매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친환경농산물을 효율적으로 수집ㆍ분산하여 적정가격을 형성시키고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취급전문 물류센터를 설립할 경우 일반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을 재배과정에서부터 운송 그리고 소비되기까지 철저히 구분 유통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로부터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발생한다.

노벨문학상 후보 고은 시인의 수상탈락 이유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번역이 문제를 꼽기도 한다. 한글의 언어자체는 아름다우나 그 것을 영어 등 다른 언어로 번역할 경우 글의 느낌이 달리 전달되고 정확히 전달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말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전문번역가가 드문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이나 농산물이나 생산물이 생산자에게서 최종소비자로 이어지기 까지 좋은 매개체가 존재해야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아울러, 친환경농산물을 학교, 군 부대 등의 단체급식 식재료로 납품토록 강제하는 제도적 뒷받침 그리고 친환경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것 등 지속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소비물량 확보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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