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과 여객선에 이야기를 싣자
철길과 여객선에 이야기를 싣자
  • 장병수
  • 승인 2009.10.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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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미래문제연구소장인 롤프 예센은 “정보사회의 태양이 지고 있다. 이제 정보사회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보 사회 이후는 어떤 사회일까? 그 사회는 바로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하는 꿈의 사회(dream society)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제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정보나 품질이 아니라 꿈과 감성이라며, 특히 ‘이야기’가 담긴 감성을 팔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제는 꿈과 감성을 잘 파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게 미래학자인 예센 소장의 핵심 주장이다.

따라서 미래에는 단순한 브랜드보다는 이야기와 꿈이 상품의 실용적 가치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이것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마케팅을 위해서는 브랜드와 관련된 에피소드나 콘텐츠, 즉 이야기를 접목시킬 필요성이 있다. 최근의 자동차 광고를 보면 제품을 홍보하거나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능성 및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바로 브랜드에 차별화된 이야기를 구축해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이것이 바로 최근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일명 ‘스토리마케팅’이다.

스토리마케팅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즉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뷰놀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토마토 축제’의 기원은 토마토 가격의 하락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길 가던 시의원에게 토마토를 던진 것에서 유례하고 있다. 붉은 토마토로 범벅이 된 시의원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분노의 표출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면서 연례행사가 되어 오늘 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가 된 것이다. 또한 1789년 한 귀족이 알프스의 작은 마을 에비앙 레뱅이라는 지역에서 요양을 하면서 그곳의 우물물을 먹고 건강이 회복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바로 알프스라는 천혜의 자연 경관과 건강이라는 관심사를 접목시켜 ‘에비앙’이라는 생수를 공급하게 되었으며, ‘에비앙’ 생수는 이후 단순한 ‘물’이 아니라 ‘약’으로 인식되어 세계적인 생수가 되었다.

우리 주변에는 스토리마케팅으로 활용할 만한 자원이 널려 있다. 여기에서는 군산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세계 최초의 함포해전인 ‘진포대첩’(지금의 금강하구둑 근처)으로 유명한 최무선은 1380년 왜구가 대거 침입했을 때 진포에서 화포·화통 등을 처음으로 사용하여 왜선 500여 척을 전멸시켰다고 한다. 이러한 스토리를 잘 활용하여 전통발사체무기(활, 화포, 화통 등등)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군산을 미래 우주 항공 인재들의 꿈의 터전으로 만들어 보자! 문화재 자원 역시 소중한 스토리마케팅 재료다. 개정면에 있는 발산초등학교 뒤뜰에는 오층석탑과 석등이 있는데, 석등의 기둥에 새겨진 용의 모습은 우리나라 석등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군산 내항을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공공건물들은 우리나라 근대 역사의 아픔과 교훈을 되새기기에 충분한 현장 교육의 최적지다.

위에서 살펴본 자원 외에도 군산에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마케팅 자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구도심과 옥구평야로 뻗어 있는 철길과 군산과 장항을 오가는 여객선이다. 레일바이크를 활용한 옥구평야 체험, 더 나아가 새만금과의 연계관광과 구도심에 자리 잡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의 탐방코스로 체류형 관광 상품이 가능하리라 본다. 또한 도선장에서 출발하는 여객선과의 연계 상품화로 취항 중단을 앞둔 군산 장항간 여객선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80여년의 역사를 지닌 군장여객선에 얽힌 인생극장과 성공스토리를 수집 · 정리하여 확산시킴으로써 근대문화유산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보자.

인간은 정보를 습득하게 되면 그 사실에 대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진도 찍고, 문서로 기록을 남기며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정보 공유를 시도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바로 ‘이야기’다. 이야기가 있는 정보야 말로 생명력도 왕성할 것이다. 이제 경쟁력 있는 브랜드는 상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있기에 소재 발굴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궁극적으로 지역 브랜드 강화와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문화 행사의 수와 자원의 많고 적음 보다는 차별화 및 특성화된 콘텐츠를 통한 스토리마케팅에 있음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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