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섭 전북교총 정책기획실장> 사기죄로 내몰린 女교직원을 위한 변명
<송일섭 전북교총 정책기획실장> 사기죄로 내몰린 女교직원을 위한 변명
  • 이방희
  • 승인 2009.10.2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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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지역 여자 교직원들이 출산과 관련하여 H해상에게 부당 의료비를 청구하였다고 하여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H해상보험은 출산확장담보 추가 특별 약관에 의해 2006년도부터 출산 후 입원 치료에 대해 의료비를 지급해 왔다. 그런데 지난 9월초 H해상보험은 ‘산후조리 관련 지급 보험금 환수’안내라는 공문을 통해 2006년에서 2008년까지 기지급된 보험금이 부당하다며 환수하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처리를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자 해당자들은 정당한 절차에 의한 치료와 적법한 서류를 제출하여 의료비를 지급 받았는데도 3년이 지난 지금 ‘사기’ 운운하며 환급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자들은 집단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전라북도교육청에서도 해당 교직원들에게 명예훼손과 정신적 고통을 준 점을 직시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교직원들이 소중한 자녀를 얻은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한층 더 편안하고 자유로워야 할 맞춤형복지보험 사기죄로 몰리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또한 여기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몇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에도 ‘사기죄‘ 운운하며 교원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훼손하고 있다.

첫째, H해상의 보험금 지급 시스템에 1차적 문제가 있음에도 여교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대기업으로서 바람직한 기업윤리가 아니다. 병원에서 발급한 입원 및 치료 기록을 엄격하게 심사하여 보험금을 지급해 놓고 여교직원들에 책임을 묻는 일은 이해가 안 된다. 여교직원들은 그들이 만든 잘못된 제도와 관행의 의한 희생자이다.

둘째, 당시 H사의 영업 전략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직원들이 만든 카페의 게시 내용에 의하면 당시 H사의 영업파트에서는 출산 후 입원치료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고 홍보하면서 출산 특약에 가입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영업파트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입을 권유해 놓고, 보험금 지급은 애매하게 하여 교직원들을 압박하는 것은 당당한 기업윤리가 아니다.

셋째, 여교직원들은 출산 후 병원의 처방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병원의 처방과 치료에 문제가 있다면 병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병원 측에서 발급한 서류가 문제라면 병원 측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 일이다. 마치 여교직원들이 병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여 잘못된 서류를 발급 받은 것처럼 왜곡하는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형평성의 원리에 맞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출산 후 입원 치료와 관련 보험금을 받은 대상이 여자 교직원들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유독 교원에게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다. 교원들이 도덕성과 명예를 중시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조금만 압박하면 금방 환수될 수 있다는 얄팍한 술수가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4,000여 명의 전북의 교직원은 물론이고, 전국 50만여 명의 교직원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H해상보험에서 초기부터 그 내용과 절차를 명확하게 마련하여 시행했더라면 절대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계약자 수를 늘리기 위해 무분별한 홍보를 하였고, 자신들이 마련한 지급심사 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3년간이나 지급한 것이다. 자신들의 실책에 대해서는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여교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기업의 횡포에 불과하다. 먼저 자신들이 만든 잘못된 제도로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교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H해상보험은 문제의 원인과 경과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서로의 명예를 존중하는 측면에서 이번 일을 원만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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