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선진화는 교원증원에서부터
교육 선진화는 교원증원에서부터
  • 김우영
  • 승인 2009.10.1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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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게, 5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북적거리는 이른바 콩나물 교실은 추억 속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가난한 아이들에게만 점심으로 제공되었던, 옥수수 죽과 옥수수 빵의 맛은 지금도 선하다. 당시 해외 원조물자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 선진 공업국의 꿈은 미래의 희망이었다. 30여년이 지나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1996년 선진공업국가 모임인 OECD에 가입하게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간의 인내와 공과에 대해서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었다.

OECD에 가입한 후 1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제 분야에서 상당한 정도의 선진화를 이루어 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보도된 바대로 선진· 신흥 20개 국가 모임인 G20 정상 회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위상과 외교적 역할도 증대되었다. 어린 시절 우리의 꿈이었던 선진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은, 정치· 경제적 민주화에서 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장래 희망과 포부가 점차 글로벌화 되고 있는 데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0여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우리 사회의 선진화의 슬로건과 무관하게, 아직도 별로 선진적 기준에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어 답답하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이다. 물론 지금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40여년 전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북적이던 학급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2008년 기준, 41-50명의 학급은 1,093개, 36-40명의 학급이 22,528개, 31-35명 학급이 51,442개나 있다. 이는 31명이상의 학급이 전체의 60%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수의 평균은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2008년 기준, 29.2명으로 나타나 있지만, 30명이하의 학급은 주로 군 단위학교에서 취학 아동의 감소로 나타난 현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도시학교에서는 31명 이상 또는 36명 이상의 학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으로 보아도 좋다. 도시의 대부분의 학교가 이른바 과밀학급으로 유지되고, 교육여건이 후진적이라는 것은 2006년 기준 OECD 국가의 평균 학급당 학생수가 21.5명인 것에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우리가 사교육 경감을 말하고, 공교육 살리기를 말하지만, 학생들과 하루 종일 부대끼는 교실에서 한명의 교사가 여러 가지 과도한 잡무를 처리하면서, 3-40명이 넘는 학생들의 개별적인 학습발달과 인성발달을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생각한다. 방송프로에서 보도되는 되살아나는 공교육의 성공 사례들을 보아도 그렇다. 사례들은 대부분 시골의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에서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 모여 이루어낸 성과일 뿐이다.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을 경감하는 것은 학생들 대한 개별화 교육이 가능한 여건에서만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의 축소와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교사의 절대 수가 부족한 현실에서는 어렵다. 우리가 공교육 성공 사례로 자주 인용하는 스웨덴의 경우 교사 1인당 학생수가 11.4명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는 21.3명으로 거의 2배 가까이 된다. 교육여건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정규교사의 증원과 보조교사, 전담교사들의 투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 예산 심의에서도 공무원 정원 동결이라는 미명 하에 작년에 이어 교원정원 동결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매우 우울한 소식이다. 교육 여건의 선진화라는 정부의 구호는 어디로 갔는지 찾아 볼 수 없다. 현재 교원이 법정 정원의 90%에 미달하는 현실에서 교원정원 동결조치는 교육여건의 악화와, 소수자들에 대한 교육복지의 축소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도 많은 초등학생들이 정규가 아닌 단기, 기간제 교사들에 의해서 차별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강화를 위해 시행하겠다는 교과교실제, 방과후 학교 활성화, 수석교사제, 교사 연구년제, 잡무경감을 위한 전담교사 배치, 장애인 복지를 위한 특수학급의 증설 등의 정책은 교원의 증원이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정책들이다. 교원정원을 동결하고서 이를 추진한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공허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각 교육청이 정부에 요구하는 수준의 교원정원의 증원이 있어야 한다. 교원증원이 없이 교육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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