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국립공원 야생동물 수난
덕유산국립공원 야생동물 수난
  • 임재훈
  • 승인 2009.10.16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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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새벽 무주군 적상면 49번 지방도 치목터널 인근 도로에서 승용차로 귀가하던 김 모(49·설천면)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새벽시간이라 자동차가 드문 도로 곡선부분에서 앞에 갑자기 고라니가 나타나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차에 치인 고라니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김 씨의 자동차 앞부분도 일부 파손됐다.

덕유산국립공원 내 도로에서의 로드킬(도로상에서 자동차에 의한 야생동물사망사고)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와 안전운전이 크게 위협받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책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드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덕유산 야생동물 서식종은 멸종위기 종 2급인 ‘삵’을 포함해 포유류 22종, 조류 80종, 파충류 11종 및 양서류 9종 등 총 120 여 종.(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 자료)

최근 3년 간 공원 내 로드킬 발생 건도 ‘06년 75건, ’07년 73건, ‘08년 37건으로 집계됐고 삵을 포함, 천연기념물 324호인 큰 소쩍새의 사체가 발견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수치는 덕유산사무소 측의 주 1회 현장조사에 의한 집계치로 야간에 주로 발생하는 로드킬 특성상 실제 발생 건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야간운전을 자주하는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부분 로드킬을 직접 경험하거나 도로에서 야생동물의 사체를 목격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주로 차들이 뜸한 야간에, 가을철인 요즘은 고라니, 오소리, 다람쥐 등이 자주 출현한다”며, “운전 중 갑자기 나타난 동물들 때문에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쯤되면 덕유산이 ‘생태계의 보고’가 아니라 ‘생태계의 천적’, ‘안전운전의 빨간불’로 불려질 법하다.

하지만 로드킬방지 계획수립에 필요한 야생동물의 분포도를 조사한 자료조차 없는데다 특히, 생태보존의 직접 당사자인 덕유산사무소와 도로관리주체인 무주군, 남원국도유지관리사무소 등은 그간 대책회의를 단 한번도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피해예방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2004년부터 로드킬 모니터링을 실시, 자료를 수집 중”이라며, “현재 안내간판, 현수막 그리고 네비게이션 제작업체에 자료제공을 통한 주의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주군이나 남원국도유지관리사무소 측도 “환경청과 협의해 동물들이 도로진입을 막기 위한 휀스 설치 등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도로관리 당국 간 유기적인 협조와 운전자들의 주의운전을 강력히 유도할 제도시행, 육교형 생태이동통로 설치 등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지적되고 있다.

무주=임재훈기자 ljh9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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