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순 전북도의원> 아이 낳기 무서운 빗나가는 세상
<유유순 전북도의원> 아이 낳기 무서운 빗나가는 세상
  • 이수경
  • 승인 2009.10.12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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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결혼을 한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단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둘째 치고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있을지가 두렵다는 이유란다.

세상이 흉악하게 변하며 이해 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가 연이어 터지는 현실 속에서 그들 젊은 부부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아이 하나에 들어가는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은 세상이고 그런 아이를 각종 범죄와 사고로부터 지켜내기란 정말 어려운 듯 하다.

더욱 무서운 것은 누구로부터 아이를 지켜야 하는지 그 대상이 명확하지도 않다.

소름끼치는 세상이다.

추석 훨씬 전부터 우리는 인터넷과 매스컴을 통해 ‘나영이 사건’을 접했다.

이 사건을 일으킨 조두순은 포악한 짐승처럼 용서받지 못할 성욕구를 참지 못하고 등교 중인 아이를 인근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끔찍한 성범죄를 저질렀다.

아이는 평생을 성불구로 살아야 하고 일생을 지옥과도 같은 기억에 몸서리 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뿐인가.

12세의 지적장애인인 여아가 동네 어른 수십명으로부터 성적 노리갯감으로 전락한 채 수년동안 방치된 사건도 있었다.

사실이 밝혀져 그 동네를 떠날 수 있었지만 가끔 집으로 가야 하는 ‘은지’라는 아이는 자신이 수모와 범행의 피해를 받았던 그 곳을 드나들 수 밖에 없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제2의 나영이 사건이라 부른다.

이 모든 사건은 최근에 이슈가 된 사건들일 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적인 사건은 차마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은 시간이 지나면 우리로부터 점차 잊혀지고 지금을 사는 모두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그들에게만 짐을 지우고 끝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성범죄 가해자의 인권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이 ‘나영이 사건’의 가해자인 조두순의 인권을 보장해 달라며 인권보호카페를 개설했고 1000여명의 네티즌이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천인공노 할 사건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대중심리에 이끌려 자극적인 사건 내용에만 휩쓸린다는 것이다.

잘못된 성관념, 범죄를 저지른 이가 얼마든지 법망을 이용해 빠져 나갈 수 있는 법제도, 재발 방지책의 논의가 없다.

결국 피해자가 더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윤상 소장은 “우리 사회가 정말 피해자의 이런 상태를 치유할 수 있게 극복할 수 있게, 재발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를 논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곰곰이 되새겨야 할 말이다.

또 한 가지 웃기는 행정의 모습도 우리가 과연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할 지를 보여준다.

노동일을 하는 아버지와 가사도우미를 하는 어머니를 둔 나영이 집은 해당 지자체로부터 기초생활수급비와 치료비 등 600여만원을 지원 받았지만 이후 나영이가 보험금 4000여만원을 받게 되자 그동안 지급된 지원금을 반납하라고 명령했단다.

원칙적으로 2중 지원이 안된다는 지자체의 원칙론이었다.

네티즌들의 청원과 비판으로 이 같은 원칙은 철회되고 지원금이 다시 지급된다고 하지만 무엇이 세상의 원칙을 피.눈물도 없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따름이고 그 잘난 원리원칙이 어디까지 지켜지는지 의아하기도 하다.

오는 10일 오후 4시에 서울 시청 앞에서 나영이 사건과 관련해 촛불집회가 열린단다.

사건 재심과 국가 배상, 아동 성폭행 및 유괴 등 관련 특별법 제정, 중대사건의 국민 배심원제 도입이 그 화두라고 한다.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인간이 너무도 허술한 존재이기에 제도와 법으로서 이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그 옛날 한비자의 법가주의가 아마도 이래서 나타났나보다. 인간의 심성이 착하다는 ‘성선설’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부부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세상이 그리워지는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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