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곤 농촌진흥청 전작과장> 푸른농촌 옥수수 하모니카
<김정곤 농촌진흥청 전작과장> 푸른농촌 옥수수 하모니카
  • 김한진
  • 승인 2009.10.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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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기, 강냉이, 강내미, 강내이 등으로도 불리는 옥수수는 쌀, 밀과 함께 세계 3대작물중 하나이다. 옥수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16세기 후반으로 1492년 무렵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에서 스페인으로 가져온 옥수수가 1575년경에 중국에 전래되고 이후 한반도까지 이르렀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옥수수에 대한 기록으로는 1596년도 ‘본초강목’에 옥촉수라 하여 중국에는 들어왔으나 아직 국내에는 보급되지 않았다 하였고, 1776년도에 발간된 ‘증보산림경제’에는 그 종류와 이용에 대하여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1700년대 중반에는 이미 한반도에도 옥수수가 널리 보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옥수수의 주 성분은 전분질(61~78%)이며, 단백질과 지방함량도 각각 6~12%와 3.1~5.7%정도로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옥수수는 식용 또는 영양적인 면에서 쌀, 콩에 비해 떨어지고, 가공성에서 밀에 뒤지기 때문에 사료로 가장 많이 쓰이기는 하나, 전분, 주류, 빵?과자류, 시럽, 당류, 차류, 기름, 조미료 등의 식품원료로도 높은 비율 사용되고 있으며, 기타 의약품, 시약, 화장품, 도료, 인쇄, 종이, 목재, 플라스틱류 등 다양한 용도로도 이용되고 있다.

2006년도 한 해 동안 국내 옥수수 소비량은 8,901천 톤으로서 전체 양곡사용량의 45%, 쌀 소비량의 1.8배 정도 이르며, 용도별로는 식품용으로 23.1%, 사료용으로 76.5%가 쓰였다. 이에 비해 그 자급율은 전체 곡물소비량의 0.7%, 사료용을 제외한 곡물소비량의 3.2% 수준으로 매우 낮아 최소한 풋옥수수 소비량이나 담금먹이(사일리지)용 종자량 만큼은 자급 확보가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옥수수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가장 많은 작물로서 비료 요구량이 높으나 척박지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기 때문에 논이 적고 기후적으로 쌀, 보리, 밀 재배가 곤란한 황해, 강원 산간부나 평남?북 지방에서는 옛날부터 그 재배가 성하였다. 하지만 중남부 평야지에서는 쌀, 보리, 밀 재배에 밀려 콩밭 가장자리 등에 심겨지는 형태의 소규모 재배만이 이뤄져 농가경제에 큰 보탬을 주진 못했고, 대신에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대를 겪은 사람에게는 어린시절 애틋한 소리 나지 않는 하모니카 간식거리였다.

국내 옥수수재배는 덜 여문상태로 수확하여 쪄먹는 풋옥수수와 소 등 반추가축에게 먹이기 위한 담금먹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쪄먹는 옥수수는 입안에서 씹는 맛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찰옥수수가 제격이고, 담금먹이용은 종실뿐만 아니라 줄기, 잎까지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전체 바이오매스 생산량과 가축에게 영양가가 높아야 한다.

최근 국내 육종기술의 발달로 풋옥수수용의 경우 과거에 비해 상품성과 기능성이 우수한 찰옥4호, 일미찰, 흑진주찰 등 다양한 찰옥수수 품종이 개발되어 있고, 담금먹이용 품종으로도 늦게까지 푸른 상태로 유지되고 수량이 많은 광평옥, 장다옥, 강다옥, 평안옥 등 다수 품종이 개발되어 있다. 재배기술 면에서도 옥수수의 재배기간이 3~4개월 정도로 짧은 점을 이용하여 1년 2작 재배나 다른 소득 작물과 전?후작으로 배치함으로써 경지이용 효율과 소득을 배가시킬 수 있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과거 식량증산이 지상과제였던 시대에는 중남부 평야지에서의 옥수수 설자리는 없었지만, 쌀 재고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벼농사 중심에서 소득 작목 중심으로 농정이 변화되고 있는 지금, 남부 평야지에서도 옥수수를 재배하는 발상을 해볼만 하다. 쪄먹는 옥수수의 경우 파종할 수 있는 유효기간이 최근 연구에서 4월 중순에서 7월 하순까지 거의 3개월 정도 긴 반면에 재배기간은 3~4개월 정도로 매우 짧다. 담금먹이용의 경우도 약간의 수량저하를 감수할 경우 비슷한 파종 유효기간을 갖는다. 이는 작부조합 관점에서 옥수수 전·후 작물로서 여러 가지 작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농가소득 향상’과 ‘푸른 농촌을 가꾸기’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으로 맥류와 옥수수를 연계해서 조사료를 연중 생산하는 방식이든 아니면 옥수수를 다른 고소득 작목과 연계하든 벼농사보다 더 높은 소득을 낼 수 있는 작부체계에 대하여 심각히 고려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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