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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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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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의료민영화”논란 유감

김형준 신세계병원 정신과 전문의

얼마 전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가 제주도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일명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 개정되면 몇 년 안에 제주도에 우리나라의 최초의 영리병원이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결정에 시민단체와 야당 등에서 “의료민영화”의 증후라며 강력 반발하면서 “의료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또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와 의료급여 적용 및 기존 병원의 영리병원 전환 금지 등을 조건으로 달고 병원급 이상에 대해서만 허가제로 운용하겠다고 했지만 장기적으로 영리병원의 전면 허용을 위한 사전 단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반대 측 단체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제주도에 그치지 않고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서울 등 수도권으로 영리병원이 확산되면서 기존 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의료비 상승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정부는 비영리병원의 의료채권발행, 병원경영지원회사(이하 MSO)설립, 병원 인수합병허용 등의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추진을 준비한다고 밝혀 “의료민영화”의 논란은 더욱 뜨거워 지고 있다.

비영리병원의 의료채권 발행은 금융권 대출 외에는 자금 조달이 안 되는 의료기관이 회사채 형식의 채권을 순자본금의 4배까지 발행하여 경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현 정부의 의료서비스 선진화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결국 일부 경쟁력 있는 메이저 대학병원이나 재벌과 관련된 대형병원들에게는 단비가 되겠지만 지방이나 중소규모의 병원들에게는 상대적인 자본력의 부실로 이어져 결국 대형병원과의 경쟁력의 격차가 벌어지고 의료의 양극화, 집중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의료채권도 결국은 수익이 많은 곳에 몰릴 수밖에 없고 병원은 이를 위해 영리병원화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 또한 우려스러운 부분이라 지적되고 있다. MSO는 직접적인 투자나 비 의료인의 직접적인 경영참여가 어려운 병원 밖에 간접적으로 병원경영을 돕고 자본금의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를 설립하여 일종의 프랜차이즈 사업처럼 대형화, 네트워크화를 추구하는 사업을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와 함께 병원 간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제도가 도입되면 결국 전국적인 네트워크화된 체인형태의 대형병원이 생겨나고 중소병원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야당과 보건단체는 강력반발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전국 체인을 가진 대기업의 OO마트같은 병원이 전국에 생기고 재래시장처럼 지방병원이나 중소병원은 경쟁에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인 것이다. 그러나 재래시장보다는 대형마트가 물건도 다양하고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이 좋듯이 이런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게 되어 민영화가 아니라 선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의료의 공공성, 공익성 보다는 상품화, 수익성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의료의 영리화를 빠르게 촉진하여 의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시키고 국가의 복지서비스의 근간인 건강보험제도를 붕괴시켜 저소득층에게는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주장 또한 간과할 사항은 아닌 것이 분명한 듯하다.

현재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의료보험제도개혁을 정권의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산업화, 자본화된 미국의 의료?제약산업복합체의 막강한 로비력 등으로 미국의 의료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증가되어 있으나 정작 5천만 가까운 국민이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비 때문에 파산하거나, 삶을 포기하는 미국의 모순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왜 그들이 엄청난 반대와 희생을 치루며 의료보험제도의 개혁이 나서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나 의료제도가 결함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장 최 일선 의료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많은 문제점에 대해서 필자 역시가장 잘 알고 불만이 많은 사람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의료의 공공성과 공익성의 원칙을 포기한 선진화는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기를 목욕시키고 더러워진 물을 버리면서 아기까지 함께 버리는 잘못을 하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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