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미래의 문화유산이다
기록은 미래의 문화유산이다
  • 김복현
  • 승인 2009.10.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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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에 늙으신 부모님과 친인척들 그리고 정으로 맺은 고향사람들과의 인연을 고향에 남겨두고 떠나오는 발길은 마치 이산가족 상봉을 마치고 돌아서는 마음처럼 편안한 것만은 아니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보다 편한 마음으로 일가친척들과 자리를 함께 해야겠다고 하면서 결론은 무엇인가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다. 재산일까? 아니면 출세했다는 흔적일까? 아니다. 남김 중에 제일은 기록이 아닐까?

그 기록이 비록 훗날 역사적 가치로 높게 평가받지 못하더라도 바닷가 모래밭에 발자국처럼 파도가 한번만 스쳐도 언제 그런 발자국이 있었느냐고 지워 버릴지언정 기록은 중요하다. 우리는 숱한 기록문화를 접하면서 어느 때는 기쁨에 젖어들기도 하고 어느 때는 서러움에 복받치기도 했다.

그래서 기록이 없는 나라는 역사문화가 없는 나라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기본 바탕도 기록문화가 있기에 가능했으며, 삶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 중에 무엇보다도 으뜸으로 치고 있는 독서도 바로 기록문화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기록은 일차적으로 지난날들에 대한 정리이며 역사문화이다. 우리는 역사문화를 통해서 지난날들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토양으로 활용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가 미래의 비전을 정확하게 설정하려면 현재의 성공과 실패에 관한 객관적인 기록이 무엇보다도 큰 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는 성공한 기록문화를 찾았다. 그리고 보았다.

우리는 미륵사지 석탑에서 찾았고 세계인은 허준선생의 ‘동의보감’에서 찾았다.

미륵사지 석탑에서 찾아낸 금제사리 봉안기에 기록 된 천사백년 전의 생생한 백제인의 기록내용으로 그동안 설왕설래했던 미륵사 창건과 관련된 내용들이 입증되어 학계와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렇듯 성공 기록문화가 있는가하면 기록이 미비하여 뼈아픈 고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일본과의 독도분쟁이다. 기록과 홍보가 미약하기 때문에 우리 땅임에도 곤혹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조작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1900년대 초 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교과서와 지도, 사전에 등재, 기록을 남기면서 홍보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민족의 찬란한 기록문화는 세계인을 다시금 놀라게 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됨을 보고 역사문화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알게 되는 감동의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에서 세계기록유산을 선정할 때는 시간, 장소, 사람, 주제 등을 기준삼아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력을 반영한다고 한다. 시간적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있는가? 인류문화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 등이 큰 작용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록문화는 조선시대에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며 지금은 세계 기록 유산으로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고려 대장경판과 제경판’ ‘조선왕조의궤’ ‘동의보감’과 함께 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한 나라로 한국에 대한 국가브랜드(nation branding)가 상승되었다. 실로 가슴 벅찬 일이다.

특히 동의보감은 허준 선생이 1596-1610년 까지 15년간에 걸쳐 완성한 방대한 실용의학 기록물이다. 당시의 의학은 과학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시술되어 왔었던 것을 질병의 증상에 따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나 쉬운 치료법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과학적이고 실용적이라고 한다. 우주와 자연, 인간에 대한 이해를 살필 수 있는 공중 보건적인 생각으로 기록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 값어치를 유네스코에서 더 크게 인정한 것이다. 정보가 범람하는 오늘날에 우리는 모든 것을 정보매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어떤 기록문화 유산을 남길 것인가 고민을 한번쯤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우리는 1948년 제정된 제헌 헌법 원본도 분실된 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외국과 체결한 조약문서 다수의 소재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기록문화의 진정한 값어치를 되새겨보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 신종 플루로 온 세상이 불안하고 시끄럽기 짝이 없다. 허준선생님과 같은 공중 보건적인 생각으로 대처를 한다면 결실의 계절에 풍요로움이 넘치고, 웃음소리 넘치는 시간이 오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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