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찬욱 전주시의회 의장> 전주-완주 통합,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지혜를”
<최찬욱 전주시의회 의장> 전주-완주 통합,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지혜를”
  • 장정철
  • 승인 2009.09.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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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발신자는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에 사는 ‘무명씨’였다. 자신의 정확한 주소와 이름을 밝히지 않는 그의 편지는 “전주-완주 통합 이렇게 하자”는 제목을 시작으로 통합 성사를 위한 자신의 솔직한 심정과 주장을 담고 있었다. 또박 또박 써내려간 필체를 보아 나이가 지긋한 분이 아닌가 싶었다.

그는 편지에서 전주-완주 통합의 조건으로 모두 8개 사항을 꼽았다. 통합 과정에서 완주군 주민들에게 불이익이 없어야 하며 농촌지역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군지역의 민간사회단체는 존속되어야 한다는 등 통합 추진과정에서 전주시가 완주군 주민들을 배려하는 자세로 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지금 완주군의 통합 반대자는 군내 기득권자들이며 갖가지 이론을 내세워 통합을 반대하고 서민들을 회유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마지막에 “요즈음 통합문제에 너무도 답답해서 하잘 것 없는 한 서민의 뜻을 의장님께 전 합니다”고 덧붙였다.

시종일관 전주-완주 통합에 대한 솔직한 심정과 안타까움이 절절히 배어있는 그의 편지를 읽고 나니, 평소 전주-완주 통합이 양 지역 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키워 더 큰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생각 해온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행정안전부의 기초자치단체 자율통합 방침으로 촉발된 전주-완주 통합 서명운동이 시작된 지 한 달여를 맞았다. 두 지역 통합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공방과 갈등도 갈수록 거세어지고 있다. 서명운동이 시작되면서 전주-완주 통합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통합당위성에 대한 사실이나 진실이 왜곡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통합반대론자들은 전주와 완주가 통합되면 전주시민들만 윤택해지고 완주군민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으며 완주군민들이 지금까지 누렸던 각종 경제적인 지원과 혜택이 사라질 것이라는 등 누가 보아도 어이가 없는 비현실적인 논리로 주민들을 반대운동에 참여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전주와 완주는 왜 통합을 해야 할까? 전주와 완주는 역사적으로 한 지역이었고 지금도 주민들의 생활권은 같다. 전주와 완주가 통합되면 완주의 넓은 토지와 아름다운 자연이 전주의 도시브랜드와 결합되면서 엄청난 지역 경쟁력을 갖게 된다. 당연히 완주군 주민들의 복지는 지금보다 훨씬 향상되고 생활은 편리해지며 문화교육시설이 서로 보완되면서 지역간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 통합 시너지 효과가 이처럼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통합의 근본 취지를 호도하는 홍보물이 범람하고, 한편에서는 찬반을 둘러싸고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는 막말까지 쏟아내는 현실이 참으로 유감스럽기만 한다.

통합반대 논리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통합찬성 서명운동과 별개로 주민들을 상대로 한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제대로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의 자치단체 통합 로드맵이 발표되기 무섭게 전주시가 앞장 서 통합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서두르다 보니, 서로가 마음을 열고 토론 할 수 있는 기회마저 제대로 갖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완주군에 고향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전주-완주의 통합논의와 추진에 어느 때 보다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전주-완주 통합은 완주군 주민들을 먼저 배려해야 하며 통합주체들은 사익(私益)보다 공익(公益)을 앞세우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통합을 논의하고 추진하자는 말을 여러 번 해왔다. 이번 통합 추진에 있어서 자기 한사람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통합을 추진하거나 통합을 외면하고 반대한다면 훗날 우리 역사에서 지역발전을 가로막은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제 통합찬성 서명을 토대로 행안부에 지역 통합건의가 이뤄진다면 앞으로의 절차는 지역 여론조사와 지방의회 의견청취 과정이 남게 된다. 예부터 올바른 정치 지도자의 덕목은 백성의 뜻을 받들며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본재양민(政本在養民)의 구절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지방의회의 사명은 주민의 권익증진과 복리증진이 최우선이다. 양 시.군의회가 이번 전주-완주 통합을 이런 맥락에서 추진한다면 훗날 우리의 역사에 그 공(功)이 반드시 남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기 위해 전주시와 완주군이 공동으로 통합 타당성에 관한 용역을 제3의 기관에 맡겨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통합추진이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대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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