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근 도의원> 시·군 통합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
<김연근 도의원> 시·군 통합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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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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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와 완주의 통합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주와 완주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익산과 군산도 있고 멀리는 전국적으로 수많은 도시들이 통합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에는 벌써 뜨겁게 찬반양론이 격돌하고 있다. 자칫 시민들의 여론분열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군 통합은 우리나라 행정체계의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방책의 하나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논의해왔고 실제로 몇몇 도시들이 이미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익산만해도 이미 오래전에 이리시와 익산군을 통합하여 익산시로 변화했다. 당시 이리와 익산의 통합이 그다지 크게 부정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은 행정의 효율성과 시민들의 필요성,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굳건했기 때문이다. 시·군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효율성과 시민들의 합의라는 것이다.

본인은 시·군 통합의 의의와 방향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현재의 행정구역은 수백년 전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과 산을 따라 나눈 공동체이자 지리적 경계에 가까웠다. 이러한 행정체계가 자체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는 1960-1980년대 한국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각 지역공동체가 나름대로 완결성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로의 인구집중과 그로 인한 지역공동체의 변화, 그리고 교통과 통신의 급속한 변화는 현재의 행정구역에 대한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구역의 변화는 현상적이고 표면적이며 인위적인 시·군간의 통합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시·군 통합은 궁극적인 결과이지 과정이 아니다. 적어도 전라북도에서 시·군 통합의 문제가 논의될 때는 세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 번째는 이러한 시도가 절대로 소수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두 번째는 시·군간의 통합에는 반드시 산업적, 전략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시민들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지금 전주와 완주의 통합과정은 우리 익산에게도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단순하게 두 도시가 합쳐지면 좋을 것이라는 감상적 통합은 금물이다. 물론 통합 자체가 선이고 궁극적으로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은 좋다. 그러나 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철저하게 민주적으로 지켜지고 충분히 토론되어야 한다.

시·군 통합이 다양한 인센티브와 밝은 전망을 주면서도 시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은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합쳐서 과연 무엇이 좋아지는 것인가, 또 합친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가능한 것인가, 지금 통합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계산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닌가, 행정의 효율성만을 위해 통합이 필요한 것인가, 등등 시민들이 묻고 싶은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다 보면 행정구역 개편등 MB정부의 통합 정책이 과연 통치만을 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까지도 가져온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그의 책에서 공익과 사익이 만나는 지점에서 최대의 시너지가 나온다고 했다. 시민들은 시·군 통합을 통해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익을 얻어가는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정치란 최대한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이고, 여기에는 사익과 공익 모두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통합에 대한 믿음도 크지 않으면서 사사로운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서 시민들은 결코 지지를 던지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시·군 통합을 이야기할 때는 적어도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그에 준하는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용기와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은 비로소 이 이슈를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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