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땅’ 전북의 전제 조건
‘희망의 땅’ 전북의 전제 조건
  • 이수경
  • 승인 2009.09.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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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애향운동본부(총재 임병찬)가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권혁남 교수팀에 의뢰하여 조사한 ‘전북도민의식 여론조사결과’가 발표되어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977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 돼 실의에 빠진 “250만 도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 주고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기 위해” 뜻있는 지역인사들이 모여 출범한지 32주년을 맞은 전북애향본부가 효과적인 애향운동 캠페인 슬로건을 선정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다.

도민의식조사는 거주 만족도, 타 지역 이주 의향, 미래 전북 발전 전망, 도민의 장단점, 도민의식 및 기질 평가 등 모두 15개 항목에 걸쳐 직접 인터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표본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할당표집방법 등을 이용하여 선정한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기 때문에 현재 도민들의 여론을 상세히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로 판단된다.

먼저 ‘거주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가량의 도민들만이 만족감을 표시한 가운데, 비교적 저 연령층에 해당하는 20대(32.6%)와 30(33.3%)대의 만족감이 크게 떨어지는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거주 만족도’와 연관 된 ‘타 지역 이주 의향과 이유’를 묻는 항목에서 도민들의 약 절반인 47.0%가 “기회가 주어지거나 또는 언젠가는 반드시 전라북도를 떠나 타 지역으로 떠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타 지역 이주 의향과 이유’ 항목 조사결과의 특징으로는, 연령이 낮고 고학력일수록 이주 의향이 높고, 전북을 떠나려는 이유로는 문화혜택 부족(1.5%), 일자리 문제(31.1%), 그리고 교육문제(29.0%) 등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편, 타지역 이주 의향자들이 바라는 이주 희망지역은 수도권이 34.4%, 서울이 32.8%로 전체의 67.2%를 차지했다. 또한 ‘자녀의 대학진학 희망 지역과 이유’를 묻는 항목에서, 도민들의 대다수인 62.2%가 자신들의 자녀들이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도내 소재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도민은 15.4%에 불과했다.

미래 전라북도 발전에 대해서도 도민들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10년 후의 전북발전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22.0%가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고 했고, 39.8%는 “지금보다는 발전하겠지만 타 시·도보다 뒤떨어질 것이다”라고 응답하여 전체의 61.8%가 전북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이 질문항목에서 나타난 특징으로는 거의 모든 계층에서 전북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설문조사 결과를 가지고 보면, 도민들은 현재 전북에서 살고 있는 것에 불만이 많을 뿐 아니라 전북의 미래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많은 도민들이 기회가 닿으면 떠나고자 하는 낙후 전북의 현재는 켜켜이 쌓인 수많은 역사적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위정자들이나 도민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발전된 전북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책임은 바로 현재를 사는 우리들이기 때문에 우리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병폐를 고쳐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지역사회 공동체를 잊어버리고 내 몫만 챙기려는 사리사욕이라는 병폐를 버려야 한다. 도자기를 구우려면 가마를 구워야 하는데, 가마를 깨면서 어떻게 내 도자기만을 만들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 주위에는 조직의 존폐를 염두에 두지 않는 사회운동, 기관의 무사안일만을 생각하는 관료, 권리만 주장할 뿐 의무를 등한시하는 주민들이 너무나도 많다.

둘째,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방종이라는 질병도 고쳐야 한다.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떼법’을 앞세우는 무법과 탈법이 난무하고 있다. 도리(道理)를 접어 두고 권리만을 내세운 결과 황폐해져 가는 지역 공동체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북애향운동본부가 이번에 발표한 전북도민의식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심각한 경고를 제시하는 동시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도민들이 전북의 미래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은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좀먹는 나쁜 병폐를 고쳐 나가는 일에 위정자를 포함한 모든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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