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농산물 가격안정, 대형마트가 적극 나서야
<정재호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농산물 가격안정, 대형마트가 적극 나서야
  • 김은희
  • 승인 2009.09.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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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유 명절인 추석이 다가 온다. 이맘쯤이면 어김없이 추석 물가안정 대책이니 점검이니 하는 말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나갈 수 없고 외국에서 들어올 수도 없으니 한나라의 물건을 몽땅 매점매석하면 외국에서 들어오는 것이 없어서 물건이 없어지게 되고...” 허생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허생은 명절이 되기 전에 부잣집 양반댁으로부터 돈을 빌려 과일이며 곡식을 몽땅 사들여 명절이 되면 비싼 값에 파는 방법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조선시대에는 시장규모가 작고 이렇다 할 규제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매점매석이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이야 시중에 농산물이 부족하면 수입하거나 비축농산물을 풀면 되고,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크기 때문에 매점매석이 통할 리 없다.

허생전의 사례는 공급을 독점함으로써 가격이 올라간 것이지만, 농산물 공급 물량이 충분하더라도 명절처럼 수요가 특정 시기에 집중될 경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사과, 배 등과 같은 제수용품은 귀신이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 국민의 정서상 제수용품만은 품질이 좋은 국내산이어야 한다. 조상에게 정성껏 기른 좋은 음식과 과일을 바쳐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서민들로서는 제수용품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니, 항상 명절 때만 되면 가격이 들썩거린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민들의 형편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추석물가만은 반드시 안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농협은 추석을 맞아 21일~10월 1일까지를 추석물가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대도시 등 주요 소비지 200여 직거래장터와 2000여개의 하나로마트에서 추석 제수용품 및 농축산물을 시중가보다 10~30% 싸게 파는 특판행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이처럼, 농산물 직거래 방식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여 유통경로를 단순화하고 유통마진을 줄임으로써 소비자 물가안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생산농가 입장에서도 수취가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요즘 대도시 지역에는 어김없이 대형마트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대형마트의 등장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들 대형마트는 산지와 직거래를 통해서 많은 물량을 싼 가격으로 확보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비교적 높다. 유통업체끼리 경쟁이 너무 치열하여 종종 기존 재래시장 상인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대형마트가 농산물 유통발전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2006년 조사한 대형마트의 농산물 구입처를 보면, 산지직거래 33%, 도매시장 29%, 벤더업체 2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대형마트의 산지직거래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가 직거래 방식을 통해서 소비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하겠지만, 대형마트도 이익 올리기에 앞서 당장 추석물가 안정에 적극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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