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nie> 김인수박사 수학이야기
<중등nie> 김인수박사 수학이야기
  • 이지현
  • 승인 2009.09.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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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예측' 복잡계 과학의 진수
미국의 응용수학자 덩컨 와츠 교수는 할리우드와 연관된 배우 21만 명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공동 출연작이 있으면 배우들 사이에 줄을 긋는 식으로 연계 도표를 만들고 전체 연계 구조의 성질을 분석한 것이다.

이런 일은 사회학자나 할 일이지 이공계 학자로서는 외도가 아닌가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논문은 세계 최고 권위의 자연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 실렸다.

이탈리아 팔레르모 대학의 만테냐 교수 역시 그의 연구 분야는 미국 주식시장이다. 그는 한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다른 기업들의 주가는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연구해 유러피언 피지컬 저널에 발표했다. 또한 몇 년 전 자연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는 스웨덴 사람들은 대상으로 서로 성관계로 어떻게 맺어 졌는가? 라는 연구논문이 게재됐다.

신기하게도 스웨덴 사람들의 성관계 네트워크 연구에서는 그 수학적 구조가 웹 사이트인 www. 네트워크와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야후 같은 몇몇 주요 사이트를 중심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듯한 구조가 인간관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신종 플루나 에이즈와 같은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분석해 누가 이를 열심히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인지 찾아내는 데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 보균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다른 보균자들의 관계에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연구를 스톡홀름대 사회학과 프레드릭 릴제로스 교수가 시도하여 많은 관심을 받은 연구이다. 언뜻 보면 물리학자들은 사회. 경제학 논문을 쓰고, 자연과학 학술지도 사회과학으로 보이는 논문을 싣는 등 외도를 일삼는 것 같은 사례들이다.

순수과학이 홀대받기는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여서 인기를 좀 끌어보려고 대중의 관심거리인 영화, 주식, IT를 연구하고, 네이처도 선정적인 논문을 싣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위의 논문들은 최신에 각광을 받고 있는 복잡계 과학이라는 분야의 연구 결과들이다. 최근 복잡계 과학이란 새로운 학문이 과학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각 나라마다 복잡계 전문연구소가 세워지는가 하면,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처럼 복잡계 학과를 설치하는 대학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복잡계란 글자 그대로 수많은 구성 요소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세상을 상호작용하면서 어떻게 변해갈지를 예측하는 연구 분야이다. 복잡계 과학이란 수학과 물리학을 이용해 이런 복잡계의 성질을 찾아내고, 미래에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는 학문이다.

복잡계 과학은 복잡계를 다룰 수 있는 수학을 만들어 낸 80년대 중반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그 뒤 점점 발전해 지금은 환율 변동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됐고, 더욱 복잡한 주식시장이나 사회 속의 인간관계 등도 기본 성질을 이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수학과 물리학의 원리를 이용해 경제, 사회, 생명과학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복잡계 과학의 시대가 된 것이다.

개미군단과 기관, 외국인이 투자 게임을 벌이는 주식시장이나 사회 속에서의 인간관계, 그리고 수억대 컴퓨터가 연결된 인터넷 네트워크가 모두 복잡계가 연구하는 대상인 것이다. 또한 주가지수나 환율의 변화, 인간 공동체가 생기는 과정, 1조개의 신경세포들이 모인 두뇌의 작용들도 모두 복잡계 과학의 탐구 대상이다.

유럽연합은 유럽의 완전한 통합을 뒷받침할 과학 분야 중 하나로 '복잡계 과학'을 들고 있다. 복잡계 과학의 힘으로 경제와 사회, 정보통신. 네트워크 등을 합칠 때 일어날 문제들을 예견하고, 해결책을 구할 수 있으며, 또 애초에 문제를 제일 적게 일으키는 통합 방안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아직은 복잡계 과학이 갓 태어난 데 불과해 유럽 통합에의 활용을 위해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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