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영화의 감동이 햇살이 되어
스포츠영화의 감동이 햇살이 되어
  • 장병수
  • 승인 2009.09.16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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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지역과 관련 된 스포츠 영화가 한국 영화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 7월 개봉한 박건용 감독의 <킹콩을 들다>는 순창여고 역도부 이야기이고, 벌써 700만 관객을 넘어선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는 무주가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나서면서 급조된 스키 국가대표팀에 관한 영화다. 이 영화들은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주인공들과 비인기 종목 스포츠를 통해서 역경을 극복하고 관객들을 사로잡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2000년 전국체전에서 15개의 금메달 중 14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휩쓴 순창여고 역도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킹콩을 들다>는 여성 운동 선수들이 겪는 실화를 토대로 한 스포츠 영화다. 제 각기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6명의 시골 소녀들, 낫질로 다져진 튼튼한 어깨와 통짜 허리라는 타고난 신체조건의 영자(조안)는 고아고, 현정(전보미)은 뚱뚱한 순정파이지만 왕따를 당하고, 여순(최문경) 아픈 엄마를 극진히 돌보고, 보영(김민영)은 고력의 소유자고, S라인의 타고난 몸매를 지닌 민희(이윤회)는 역도복의 매력에 흠뻑 젖어 있고, 수옥(이슬비)은 미국 로스쿨에 합격해 FBI가 되는 게 목표인 엉뚱한 생각의 소유자다. 이들은 이지봉(이범수 역)이라는 역도 감독을 만나면서 고된 학창시절의 성장통을 극복해 간다.

어린 소녀들이 바벨을 끊임없이 들어 올리는 행위야 말로 그들이 이겨내야 하는 성장통이자, 삶의 무게를 상징한다. 감독은 성장통에 빠진 소녀들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하지만 동메달을 땃다고 해서 인생이 동메달이 되진 않아. 그렇다고 금메달을 땃다고 인생이 금메달이 되진 않아. 매순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가 금메달이야.“라며 용기를 심어주고, "내일 너희들이 들어 올려야 할 무게는 너희들이 짊어지고 온 무게들보단 훨씬 가벼울 꺼다. 난 너희들을 믿는다."며 강한 신뢰를 보인다. 영화 <킹콩을 들다>는 아무것도 모르던 시골소녀들이 ‘자신의 삶의 무게’를 깨치고 ‘아름다운 역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통해 역도가 가진 힘과 묵직한 감동을 영화 속에 녹여내는데 성공했다.

스키점프라는 생소한 스포츠 종목을 영화화한 <국가대표>의 주인공들 역시 <킹콩을 들다>에서와 같이 어두운 삶에 묻혀 지낸다는 인물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방 코치(성동일)는 선수들로부터 ‘왜 우리를 국가대표로 선발했냐’는 질문에 “더 이상 쓰레기로 살지 말라”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결국 <국가대표>의 주인공들도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다른 선수들보다는 ‘쓰레기’와 같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훈련과 경기에 몰두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국가대표라는 단어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하지만 영화 <국가대표>에는 군대 면제라는 위험한 코드가 잠복되어 있다. 즉, 군대를 면제 받기 위해 국가대표가 된다는 설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영화 첫 장면에서 칠구(김지석)와 그의 동생 봉구(이재응)는 병무청 담당자와 군대 면제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다. 더욱이 봉 감독은 선수들에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군대가 면제 된다.”고 수시로 강조한다. 특히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는 마지막 스키점프를 해야 하는 봉구에게 “네가 뛰지 않으면 나는 군대 가야한다.”는 형 칠구의 외침은 절박감과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장면이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라는 점에서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짓는 장면이야말로 관객들을 씁쓸하게 만든다.

2007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임순례 감독)이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 경기를 영화화 하면서 전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주며 핸드볼 경기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가장 감동적인 경기는 바로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소외 받던 비인기 종목인 ‘역도’로 그처럼 관심을 받은 게 처음일 것이다. 마침 몇 일전 강원도에서 개최된 국제 스키점프대회에서 국내 많은 관중들의 관심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제 <킹콩을 들다>와 <국가대표>에 그려진 휴머니즘과 역동적인 힘이 스포츠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어둡고 소외된 곳곳에 관심의 햇살로 피어나 다이나믹한 상생의 에너지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장병수(호원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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